고령층 AZ 접종 첫날… “먼저 맞겠다” “나중에 천천히” 엇갈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코로나 백신]65세이상 접종 시작한 요양병원 현장

23일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도 할머니 한 명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65세 이상 요양병원 환자 및 종사자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사진공동취재단
23일 광주 북구의 한 요양병원에서도 할머니 한 명이 백신 접종을 받고 있다. 이날부터 전국적으로 65세 이상 요양병원 환자 및 종사자 등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사진공동취재단
광주 북구 동행재활요양병원은 65세 이상 고령자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24일 시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하루 앞당겨 23일 접종을 시작했다. 이날 퇴원하는 80대 할머니 A 씨가 “꼭 백신을 맞고 싶다”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이 요양병원에선 접종 기피 대신 A 씨처럼 ‘먼저 맞겠다’고 나서는 환자가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첫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약병(바이알) 1개당 13명씩, 총 26명에게 접종이 이뤄졌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보통 10명분인데 잔량을 줄여주는 최소잔여형(LDS) 주사기를 이용하면 13명까지도 접종이 가능하다.

이날 전국 1651개 요양병원의 65세 이상 입원·종사자 37만7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고령층에 대한 본격적인 접종 시작에 방역당국은 이전보다 더 긴장하는 분위기다.

○ 병원마다 접종 분위기 ‘온도차’

이날 전국 요양병원은 자체 접종을 하거나 지역 보건소를 방문하는 방식으로 고령층 접종에 나섰다. 낮 12시 반경 대구의 한 요양병원에서 백신을 맞은 김모 씨(69)는 “불안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막상 맞으니 걱정이 사라졌다”고 소감을 말했다. 관리직원 김모 씨(67)도 “맞은 뒤 별다른 이상은 느끼지 못했다. 많은 분이 빨리 백신을 맞고 코로나19에서 벗어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요양병원 내 65세 이상의 접종 동의율은 75.2%였다. 하지만 접종 첫날 현장 분위기는 병원마다 차이가 났다. 24일 접종을 시작하는 경기 의정부시 카네이션요양병원은 대상자 70명 전원이 접종에 동의했다. 노동훈 원장은 “동의율 100%에 저희도 놀랐다”며 “부작용 가능성이나 먼저 맞은 직원들의 반응 등을 있는 그대로 자세히 말씀드린 것이 신뢰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남부의 한 요양병원은 동의율이 30%대에 그쳤다. 병원 관계자는 “임종을 앞두신 분이나 중증 기저질환이 있는 분이 많아 동의율이 낮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요양병원 간호사도 “우리 병원은 대상자 200명 중 절반 정도가 동의했다. 동의하지 않은 분은 대부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역적으로는 제주(81.9%)와 충남(80.4%)의 접종 동의율이 높았다. 반면 대구(62.0%)와 경북(68.5%) 지역은 낮았다. 대구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초기에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이미 면역이 형성됐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전했다.

방역당국 관계자는 “고령층에 대한 접종이 이뤄지는 만큼 더 면밀하게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 속도 내는 백신 접종

고령층 접종 시작 후 다른 우선 대상자에 대한 접종이 차례로 실시된다. 30일에는 요양시설 및 정신요양·재활시설 내 65세 이상, 다음 달 1일에는 75세 이상 일반 고령층에게 백신 접종이 시작된다. 75세 이상 일반 고령층은 화이자 백신을 맞는데, 이들에게 접종할 화이자 백신 25만 명분이 24일 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 백신은 도착하자마자 전국 22개 접종센터로 배송된다.

다만 일부 요양병원에서는 최근 불거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부작용 논란에 따라 접종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도 보인다. 경기 지역의 한 요양병원 원장은 “젊은 직원들이 맞은 뒤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고 유럽 상황 등을 보니 강하게 접종을 권유하기 힘들다. 상황을 좀 더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요양병원은 백신을 수령한 지 5일 내에 접종을 마쳐야 하지만 당국은 병원별로 일정 조정에 여유를 주기 위해 2주 내에 접종을 마치도록 지침을 바꿨다.

청주=김성규 sunggyu@donga.com / 김소민·이지윤 기자
#az#고령층#첫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