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양제츠 “할말 더 있다” 취재진 퇴장 말리며 설전 이어가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 뉴욕=유재동 특파원 입력 2021-03-20 03:00수정 2021-03-20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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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전쟁]양제츠 모두발언 15분간 美 비난
블링컨 “中발언 길어 나도 더” 반격… 양제츠 “잠깐만” 다시 기자들 세워
양, 부시家와 돈독 ‘타이거 양’ 불려
인권 강조 블링컨과 ‘강 대 강’ 예고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 미중 고위급 회담에서 외교 프로토콜이 전혀 지켜지지 않는 돌발 상황이 난무했다. 통상 공개발언에서 주고받던 덕담은 자취를 감췄고 시작부터 불꽃이 튀는 신경전이 펼쳐졌다. 특히 양국 외교 사령탑인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59)과 양제츠(楊潔지·71)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퇴장하려던 취재진을 다시 불러 세워 상대방에 대한 비난을 이어갈 정도로 거세게 대립했다.

18일(현지 시간) 알래스카주 앵커리지 캡틴쿡 호텔에서 열린 회담에서 블링컨 장관은 양 정치국원이 15분 넘는 모두발언에서 미국을 계속 비판하자 퇴장하려던 취재진을 다시 불러 세웠다. 그는 중국 측이 발언을 길게 했으니 자신 또한 덧붙이겠다며 “취임 후 약 100개국과 통화를 했으며 미국이 돌아온 것에 대한 깊은 만족을 들었다. 중국이 취하고 있는 행동에 대한 깊은 우려 또한 들었다”고 중국을 비판했다. 이어 “우리는 실수를 하고 퇴보하기도 한다. 하지만 미국은 역사 속에서 내내 그런 도전이 없는 듯 무시하지 않고 개방적이고 공개적이며 투명하게 문제를 다뤄 왔다”며 미국의 개방성과 포용성을 자랑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취재진이 다시 회견장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이번에는 양 정치국원이 영어로 ‘잠깐만(Wait)’이라고 나섰다. 그는 미국 측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블링컨 장관이 거들먹거리는 톤으로 이야기했다고 비난했다.

양 정치국원은 신입 외교관이던 1977년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통역 및 수행을 맡았다. 이 인연으로 부시가(家)와 돈독한 인연을 맺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를 ‘타이거 양’이란 별명으로 부를 정도로 아꼈다. 그가 호랑이띠인 데다 이름 ‘츠(지)’ 안에도 호랑이(虎) ‘부수’가 들어 있는 데서 유래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아들 조지 W 부시 정권 시절인 2001∼2005년 주미 중국대사, 2007∼2013년 외교부장을 지낸 미국통이다. 이런 그가 ‘흑인 학살’ 등 거친 표현으로 미국을 비난한 것은 중국이 앞으로도 미국에 강경한 태도를 고수할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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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언론이 바이든 대통령의 ‘또 다른 자아(Alter ego)’로 평가하는 블링컨 장관 역시 중국이 최대 위협이라는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는 2월 초 취임 후 양 정치국원과 가진 첫 통화에서 “신장위구르와 티베트에서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겠다”고 했다. 중국의 음력 설 기간에는 티베트의 설 축제 ‘로사’를 축하하는 영상 메시지를 공개하며 중국을 압박했다.

베이징=김기용 kky@donga.com / 뉴욕=유재동 특파원
#블링컨#양제츠#설전#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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