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신규진]軍 ‘오리발 귀순’ 진단 결론이 “대안이 없다”라니…

신규진 기자 입력 2021-03-15 22:05수정 2021-03-15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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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 없다.”

국방부, 방위사업청, 육군 관계자와 외부 전문가 등 30여 명이 자리한 5일 강원 고성군 22사단에서 열린 회의 참석자들 사이에서 나온 말이다. 이 회의는 지난달 16일 북한 남성 A 씨의 ‘오리발 귀순’으로 드러난 22사단의 경계 실패 원인과 해법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앞서 국방부가 1일 22사단에 대한 ‘고강도’ 정밀진단에 나서겠다고 한 뒤 나흘 만이었다.

이날 회의의 전제가 된 군의 정밀진단 결과는 이렇다. 전방에 구축된 폐쇄회로(CC)TV 등 과학화경계시스템이 5, 6년 전인 2014~2015년경 도입돼 장비 성능이 떨어졌다는 것. 실제 A 씨는 통일전망대 인근 CCTV에 5회 포착됐으나 경보가 울린 건 단 2회뿐이었다.

더군다나 경보가 2회 울렸을 때 감시병이 단순 ‘오경보’로 판단해 이를 해제하는 과정에서 상부 보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 부대에선 통상 병사 2명과 간부 1명이 소초에서 근무를 서는데 병사 한 명이 여러 대의 CCTV 화면을 보는 데다 잔업무도 많아 감시근무에 집중할 수 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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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진단 결과를 두고 회의 참석자들이 내린 결론은 지능형 CCTV 등 인공지능(AI) 기반의 장비 도입이었다고 한다. 문제는 AI 장비 도입을 위한 과학화경계시스템 성능개량 사업이 2025~2026년경에야 이뤄질 예정이다. 회의 결과는 사실상 장비의 성능이 향상될 때까진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뜻이다. 회의 참석자에 따르면 “장비 도입 시기를 앞당길 수 없으니 4, 5년의 공백기를 버티는 수밖에 없다”는 회의적인 반응까지 나왔다.

사실 군의 감시공백 사태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장비 성능이 기대만큼 높지 않고 병력감축으로 인력을 대거 투입한 경계도 불가능해지는 상황에서 정작 귀순 사태에 대한 실질적 대비책이 없었던 것. 2019년 북한 어선의 ‘삼척항 노크귀순’을 시작으로 2년여 간 경계실패가 재발하고 있지만 군이 근본적 해법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향후 군은 추가 대책회의를 더 열 계획이다. AI 기술 등 장밋빛 미래에 대한 ‘탁상공론’ 대신 경계실패를 당장 방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답부터 찾을 때다. 경계실패 뒤 매번 반복되는 ‘환골탈태’ 타령은 이제 그만해야 하지 않겠는가.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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