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고서에 ‘사우디 왕세자가 카슈끄지 살해작전 승인’ 명시”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입력 2021-02-26 03:00수정 2021-02-26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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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터 “직접 지시 가능성도 담겨”
사우디 왕실, 연루 의혹 부인해와
바이든 “카슈끄지 보고서 읽었다”
이르면 26일 의회 제출, 내용 공개
미국 정보기관이 공개 예정인 사우디아라비아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해 사건 보고서에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사진)가 살해 작전을 ‘승인했다(approved)’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관련 사안에 정통한 4명의 미국인 관계자들을 인용해 25일 보도했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카슈끄지 암살에 대한 승인뿐 아니라 직접 지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도 담겨 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그동안 사우디 왕실은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해 사우디 정보기관 일부 요원들이 자의적 판단에 따라 저지른 일이라고는 인정했지만 사건의 배후에 무함마드 왕세자가 있다는 의혹은 일관되게 부인해 왔다.

앞서 로이터통신을 비롯한 주요 외신들은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한국 시간으로 이르면 26일 카슈끄지 암살과 관련된 기밀문서를 의회에 제출하고 이를 일반 대중에게도 공개할 방침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카슈끄지는 미국에서 활동하며 무함마드 왕세자를 비롯한 사우디 왕실을 여러 차례 비판한 반체제 언론인이다. 2018년 10월 결혼에 필요한 서류를 받으러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사우디 영사관에 들어갔다가 사우디 정보요원들에 의해 고문당한 뒤 살해됐다. 카슈끄지의 시신은 아직까지도 발견되지 않았다.

그동안 보고서를 공개하라는 미 의회의 압박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문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약 180억 달러(약 19조 원)에 이르는 사우디의 미국산 무기 구입 규모 등을 의식해 트럼프 행정부가 사우디 왕실을 자극하지 않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출범한 조 바이든 행정부는 해당 문서의 기밀 해제를 일찌감치 선언했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 ‘카슈끄지 보고서’를 봤느냐는 질문에 “읽었다”라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인권 탄압과 언론과 표현의 자유 결핍에 대해 우려가 있다면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유세 당시 사우디를 두고 “상대할 가치가 없는 나라”라고 공개적으로 비판하면서 사우디 왕실과 너무 밀착한 미국의 입장을 바꾸겠다고 밝힌 바 있다.

CNN방송은 무함마드 왕세자의 이 사건 개입 정황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추가로 드러난 사실을 보도했다. 2018년 10월 이스탄불의 사우디 영사관에서 카슈끄지를 살해한 암살단이 터키를 빠져나갈 때 탔던 비행기를 소유한 스카이프라임이 무함마드 왕세자가 의장으로 있는 사우디 국부 펀드 소유라는 사실이 새로 확인됐다는 것이다. 암살단이 이용한 비행기가 사실상 무함마드 왕세자의 것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사실은 사우디 정보기관 출신으로 캐나다로 망명한 사드 알 자브리를 상대로 사우디 국영기업들이 제기한 소송 문서 일부를 통해 드러났다. 자브리는 2015년 사우디 왕실과의 불화로 사우디 정보기관을 떠났다. 이후 사우디의 암살단 운영과 관련한 기밀을 폭로했다. 2017년 캐나다로 망명한 이후로 사우디 왕실이 자신을 살해하기 위해 암살단을 보냈다고 주장하며 사우디 왕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사우디 정부 측도 이에 대응하기 위해 그의 횡령 의혹을 제기하면서 스카이프라임이 한때 자브리 가족 회사라는 점을 거론했다가 소유권 이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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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미국보고서#사우디#왕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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