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가 시급한 댓글 문화[윤희웅의 SNS 민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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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온라인뉴스에는 누가 주로 댓글을 남길까. 네이버 포털을 기준으로 보면 댓글 작성은 남성이 주도하고 있다. 남성이 여성에 비해 2배 정도 많다. 모든 연령대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연령대로 보면 40대가 가장 많은 댓글을 남기고 있으며, 뒤를 잇는 30대와 50대가 엇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오히려 온라인에 가장 친화적일 것 같은 20대는 60대에 비해서도 댓글을 남기는 비율이 낮다. 10대는 더 낮은데, 전체 작성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1%도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을 통한 뉴스기사에 대한 접근이 수월하고, 뉴스에 달린 댓글 규모로 기사에 대한 대중 관심도를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보니 댓글 문화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댓글은 기사 등 게시물에 달린 종속적인 요소에 불과하지만, 사람들이 게시물과 댓글을 함께 읽는 경향이 높아 애초 게시물의 가치에 영향을 주게 된다. 또 이용자들의 후기나 댓글은 게시물에 대한 감시 기능도 갖게 되어 기사를 작성하는 기자들을 긴장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이러한 댓글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댓글 문화는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악성 댓글로 인한 분쟁과 피해는 나날이 커지고 있다. 소중한 생명이 비난 댓글을 견디지 못하고 생을 마감하는 일들까지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런 우려에 따라 일부 포털은 연예뉴스나 스포츠뉴스에서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다. 이에 대해 무려 80%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비율은 15%에 그쳤다. 조사에서 80%의 응답이 나오는 일은 흔히 있는 게 아니다. 사람들이 해당 조치를 상식 수준으로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의미한다.

SNS에서 댓글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는데 이에 대해서도 67%가 동의를 보내고 있다. SNS는 뉴스 댓글과 달리 글쓴이가 누구인지 확인하기 쉽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악성 댓글이 적은 편이다. 그런데도 댓글 폐지 여론이 압도적이라는 것은 댓글 폐해의 심각성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높음을 보여준다.

댓글에 대한 이슈가 어떤 것들인지 살펴보기 위해 최근 1개월간 댓글 관련 언론기사들을 모아 연관어를 살펴보았다. 악플, 피해자, 명예훼손, 경찰 수사, 허위사실 유포자 등 악성 댓글로 인한 문제 발생 상황이 언론기사로 꾸준히 생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튜브, SNS,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온라인 커뮤니티 등도 상위에 올라 있는데 온라인에서 매체를 가리지 않고 댓글로 인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헌법상 가치인 표현의 자유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비방과 험담의 악의적 댓글과 허위사실 유포 등의 사이버범죄를 막기 위한 충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처벌 수위를 강화하든, 범죄 구성요건을 완화하든, 플랫폼 사업자에게 의무를 부과하든 말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정비#시급#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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