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인 지진 상처 돌본 ‘닥터 안’ 영화로 만난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입력 2021-01-19 03:00수정 2021-01-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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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지진 피해자 치료한 재일교포… 드라마 방영이어 29일 영화 개봉
시민응원에 온라인 아닌 극장상영… 한국계 정체성 확립 과정도 다뤄
일본 한신대지진 당시 의료봉사에 앞장선 재일교포 3세 고 안 가쓰마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 포스터. 이 영화는 29일부터 일본 전역에서 순차적으로 개봉된다. 사진 출처 갸가 홈페이지
1995년 일본 한신대지진 당시 피해자를 돌보는 데 앞장섰던 재일교포 3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안 가쓰마사(安克昌·1960∼2000) 씨를 다룬 NHK 드라마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일본 영화배급사 갸가 등이 17일 밝혔다. 지난해 방송된 동명의 NHK 4부작 드라마를 116분짜리 영화로 재가공했다. 29일 도쿄에서 개봉한 후 일본 전역에서 확대 상영된다.

15일 지진 피해가 가장 컸던 고베에서 열린 시사회에서 제작을 맡은 교타 미쓰히로(京田光廣) NHK PD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온라인 상영도 고려했지만 엑스트라로 참여했던 수많은 시민과 극장 관계자 등이 ‘영화관에서 상영해야 감동을 제대로 전해줄 수 있다’며 응원해 극장 개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신대지진 당시 진료실과 피난소의 긴박한 상황, 전국에서 달려온 의료진과 자원봉사자의 활동, 일본에서 소수인 재일교포로 살아가는 안 씨와 가족 이야기를 가감 없이 묘사했다”고 덧붙였다.

극장판에는 드라마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장면도 여럿 포함됐다. 특히 고인의 동생 안 아키히로(成洋) 씨가 영화화 작업에 참여해 형을 추모했다. 지난해 1, 2월 방송된 이 드라마는 방송문화기금상 TV드라마부문 최우수상, 일본방송비평간담회의 월간 갤럭시상 등을 수상했다. 에모토 다스쿠(柄本佑·36)가 안 씨 역을, 오노 미치코(尾野眞千子·40)가 부인 역을 연기했다.

드라마와 마찬가지로 영화 역시 안 씨가 재일교포의 정체성을 자각하는 과정을 비중 있게 다뤘다. 자신이 한국계임을 모른 채 ‘야스다(安田)’란 성으로 살아가던 그는 초등학교 시절 우연히 모친의 외국인등록증을 발견한 후 이 사실을 알고 상당한 혼란을 겪었다. 고교 시절 친구가 “‘야스다’와 ‘안’ 중 어떤 이름으로 부를까”라고 묻자 “야스다라고 부르면 거짓말을 하는 것 같다. 안으로 불러 달라”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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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신대지진은 1995년 1월 고베, 오사카 등에서 일어난 규모 7.3의 대지진으로 6434명이 숨지고 4만3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다. 당시 고베대 부속병원에서 근무하던 안 씨는 지진 때문에 본인도 다쳤음에도 열성적으로 피해자들의 정신적 상처를 돌봤다. 일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의 선구자로 불리는 안 씨는 당시 진료 활동을 담아 ‘마음의 상처를 치료하는 일’이란 책을 발간했다. 2000년 40세 젊은 나이에 간암으로 숨졌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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