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이들을 위해 일하라” 佛 리더 키운 부모의 당부[광화문에서/손효림]

손효림 문화부 차장 입력 2021-01-18 03:00수정 2021-01-18 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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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효림 문화부 차장
“그건…. 저기 계신 아버지에게 물어보세요.”

델핀 오(오수련·36) 유엔 세대평등포럼 사무총장은 어떤 교육을 받으며 자랐는지 질문을 받자 환하게 웃으며 아버지인 오영석 전 KAIST 초빙교수(73)를 바라봤다. 오 전 교수는 딸의 수상을 축하하기 위해 1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 시상식장에 와 있었다. 델핀이 한국의 위상을 높인 이들에게 수여하는 한국이미지상 징검다리상을 받는 자리였다.

델핀은 프랑스 하원의원을 지냈고, 오빠 세드리크 오(오영택·39)는 현재 프랑스 디지털경제부 장관이다. 남매는 프랑스에서 ‘대학 위의 대학’으로 불리는 그랑제콜(소수정예 특수대학)을 나왔다. 나비 넥타이에 빨간색 머플러를 길게 두른 오 전 교수는 무대에 올라 딸에게 마이크를 건네받은 후 말했다.

“저는 아이들을 키우지 않았습니다. ‘니들은 커라. 나는 보여 준다’ 이렇게 했죠. 경험은 망루와 같아서 높을수록 더 많은 것을 볼 수 있다고 당부했고요. 인생의 여러 문은 반드시 자기 손으로 열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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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전 교수와 프랑스인 어머니는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고 대화를 나누며 여행했다. 남매에게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게 한 것이다. 집에 TV는 두지 않았다. 델핀은 지금도 집에 TV가 없다고 했다.

델핀은 인터뷰에서 “부모님은 뭐든 해보라고 격려해주셨다. 특히 아버지는 잠재력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 최고가 되도록 독려하셨다”고 말했다.

이게 전부는 아니었다. 델핀은 말을 이어갔다.

“부모님은 경쟁에서 이기려고만 하기보다 협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어요. 윤리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당부하셨고요. 무엇보다 다른 이들을 위해 일하라고 강조하셨어요.”

그의 말에서 특히 인상적인 대목이었다. 자녀를 최고의 엘리트로 키우기 위해 엄청난 노력과 비용, 시간을 쏟는 이들이 많은 현실에서 나눔과 헌신을 강조한 교육은 신선한 울림으로 다가왔다. 델핀은 “부모님이 전해주신 모든 가치는 내 마음속에 살아 있다”고 했다.

그리고 델핀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그는 “코로나19로 일자리를 잃는 여성들, 교육을 받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어린 나이에 강제로 결혼해야 하는 소녀들이 좀 더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려운 환경에 놓인 소녀들에 대해 얘기할 때는 한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긴 후 진지하게 또박또박 말을 이어갔다. 그의 말에서 단순한 수사가 아닌 진심이 느껴졌다.

사람들은 눈부신 성취를 이룬 이들의 비결에 관심이 높다.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다. 다만 여기서 그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 성공의 열매를 자신과 가족들만 누리는 것을 경계하고 타인과 나누려 노력하는 모습에 더 많이 주목해주길 기대한다. 델핀과 세드리크 남매가 받은 교육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기에.

손효림 문화부 차장 aryssong@donga.com



#부모#당부#델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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