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꼬이는 한일관계… 이번엔 해상 선박대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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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측량선, 협의없이 EEZ 진입 조사
해경 “조사 중단” 수차례 요구에도
日 “우리 EEZ” 주장… 사흘째 대치
위안부 피해 배상 이어 악재

5km 떨어진 채 대치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 ‘쇼요’가 12일 제주 서귀포시 남동쪽 129km 해역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한국 해경 경비함과 5km 떨어진 채 대치하고 있다. 쇼요는 한국 EEZ에서 사전 협의 없이 측량조사를
 강행했다. 해경 제공
5km 떨어진 채 대치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 ‘쇼요’가 12일 제주 서귀포시 남동쪽 129km 해역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한국 해경 경비함과 5km 떨어진 채 대치하고 있다. 쇼요는 한국 EEZ에서 사전 협의 없이 측량조사를 강행했다. 해경 제공
일본 정부 선박이 한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서 사전 협의 없이 측량 조사를 강행하면서 한국 해양경찰청 경비함과 사흘째 대치했다. 양국의 해상 대치는 지난해 8월 이후 5개월 만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로 경색된 한일 간 갈등이 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2일 해양경찰청에 따르면 서귀포해경 경비함은 10일 오후 11시 55분경 서귀포 남동쪽 129km 해역에서 해상 조사활동을 하고 있는 일본 해상보안청 측량선 ‘쇼요’(昭洋·3000t급)를 발견했다. 이에 해경경비함은 쇼요에 접근해 무선으로 “이곳은 한국 영해다. 해양과학 조사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 정부의 사전 동의가 필요하다”며 약 9시간에 거쳐 조사 활동을 멈출 것을 반복해 요구했다. 이에 일본 측은 “우리 EEZ에서의 정당한 조사 활동”이라며 해경의 요구를 거부했고, 해경은 12일 오후 4시 24분까지 조사 중지를 요구하며 대치했다. 쇼요는 이날 우리 측 해역을 일단 나갔으나 측량 조사를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EEZ는 자국 연안에서 200해리(370.4km)까지 자원의 독점적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유엔 해양법상 수역으로, 인접국 간 수역이 겹칠 경우 상호 협의로 정하게 돼 있다. 양국이 대치한 해상은 한국과 일본의 양쪽 연안에서 200해리 범위에 있어 두 나라의 EEZ가 겹치는 이른바 ‘중첩 수역’으로 알려졌다. 해양경찰청 관계자는 “일본이 한국 EEZ로 인정하지 않는 곳에서 벌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역에서는 지난해 8월에도 일본 측량선 ‘헤이요(平洋)’가 조사 활동에 나서 한국 해경 선박이 중단을 요구한 바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정부는 국제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우리 정부의 관할수역에서 정당한 법 집행 활동을 상시적으로 수행하고 있다”며 “관계 기관에 따르면 일본 측 선박의 조사 활동 수행 위치는 우리 측 EEZ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해당 수역이 자국 EEZ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해상보안청 측량선은 우리나라 배타적경제수역 안에서 정당한 조사를 했다”며 “한국 쪽의 중지 요구 등은 수용할 수 없다고 외교 경로를 통해 전달했다”고 말했다. 일본 해상보안청은 이번 조사 활동을 다음 달까지 이어갈 계획이다.

8일 한국 법원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온 이후 발생한 이번 사태가 격화되면 악화일로에 있는 한일 관계가 더욱 꼬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신년사에서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갈등 완화 계기를 찾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한일 갈등을 고조시키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것. 한일은 2018년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 이후에도 한국 군함을 향한 일본 자위대 초계기 위협 비행으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인천=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 도쿄=박형준 특파원 / 박효목 기자
#한일관계#eez#해상#선박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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