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구매 간절한데도 상황 방관… 선박나포, 동결자금 해제위한 결정”
FT 보도… 험난한 협상 예고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이 이란 혁명수비대에 나포된 한국 선박 및 국내에 동결된 이란 원유 수출대금 관련 협상을 위해 1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 도착했다. 그는 12일까지 이란에 머물면서 카운터파트인 압바스 아락치 외교차관 등 이란 고위 관계자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한다. 하지만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의 한 강경파가 ‘한국은 모욕을 당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고 보도해 협상이 쉽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 관계자는 “한국 선박 나포와 이란의 우라늄 농축 한도를 20%로 상향하는 조치는 아무 관계가 없으며 미국을 향한 도발도 아니다”라며 “선박 나포는 한국이 우리의 동결된 자산을 해제하도록 하기 위한 경제적 결정”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란의 한 전문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이란의 의약품 백신 구매가 간절한데도 한국이 이 상황을 방관했다며 “중국조차 이란에 생존을 위한 현금을 줬지만 한국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런 태도가 이란을 화나게 했다”고 진단했다.
앞서 8일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미국 및 영국산 백신을 신뢰할 수 없다”며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하루 뒤 하산 로하니 대통령도 “안전한 백신을 구매하겠다”고 가세했다.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약 130만 명에 달하는 이란이 국제 제재 등으로 외국산 백신 구매가 어려워지자 자국 내 불만을 달래기 위해 한국 선박 나포라는 강경 조치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그만큼 한국 측이 제시할 수 있는 협상카드 또한 제한적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란 정부는 줄곧 최 차관의 이번 방문이 원유 수출대금 논의를 위한 것이라는 뜻을 밝혔다. 최 차관 또한 출국 전 취재진에게 “상황이 엄중하고 쉽지 않다. 주요 인사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를 기대한다”며 “이란 정부가 무엇을 원하는지 현장에서 들어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미국과 협의해야 할 사안을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유 대금 동결 해제 문제는 미국과의 협상이 필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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