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열정과 혁신에 가려진 ‘욕망의 스타트업’ 실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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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의 거짓말/요헨 칼카 지음·노보경 옮김/336쪽·1만8000원·율리시즈


‘스타트업’이라는 말에서 우리는 이미 열정, 창의력, 엄청난 잠재력 같은 걸 떠올린다. 테슬라, 에어비앤비, 우버처럼 업계의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사회 혁신을 불러온 스타트업 기업들은 창업을 꿈꾸는 많은 이들에게 가슴 뛰는 모델이다. 대기업들도 스타트업처럼 작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갖기 위해서 그들의 방식을 흉내 낸 공간을 만들고, 주요 정책 과정을 바꿔보기도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이 모두의 상상처럼 그렇게 멋진 신세계이기만 할까.

실제 스타트업을 창업한 적이 있는 정치학자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막연한 환상에 가려진 스타트업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테슬라는 이미 2017년 증권거래소에서 BMW의 가치 평가를 앞섰지만, BMW가 연간 250만 대의 차를 팔아 기록적 판매량을 경신할 때조차 일론 머스크가 공언했던 50만 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생산을 했다. 스타트업에 대한 가치평가가 현실지표라기보다 욕망의 반영일 수 있다는 뜻이다. 스타트업 경영자들이 환상적인 스토리텔링, 즉 ‘거짓말’을 하는 데 주력하게 되는 이유다.

사실 스타트업 중 80%가 3년을 버티지 못하고, 90%가 좌초한다. 정식 계약서도 없고, 근로 기준도 불분명하다. 저자는 사회적 책임과 지속 가능성보다 수익률 확보가 가장 중요한 실리콘밸리의 냉혹함과 자유분방한 척하지만 획일적이고 차별이 심한 조직 문화, 조세 회피와 거짓 아이디어 등 넘쳐나는 기만의 사례까지 스타트업의 어두운 이면을 조목조목 파헤친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
#타트업의 거짓말#요헨 칼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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