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음반 국내서 독점 제작… LP, 판을 뒤집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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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미국 LP 판매량 사상 최고
국내 시장 전년 대비 3배 성장
미국 재즈밴드 ‘노바’ 기념음반
국내 업체 ‘골든노이즈’가 생산
국내가수 LP음반 발매도 늘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는 LP레코드(바이닐) 시장의 성장세가 올해 더 가속화됐다. 28일(현지 시간) 빌보드닷컴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간 최대 LP 판매량 기록이 2주 연속 경신됐다. 이달 11∼17일 미국 내 LP 판매량은 약 144만5000장에 달해 최고 기록을 깼고 크리스마스 주간(18∼24일)에는 무려 184만2000여 장의 LP가 팔려나갔다. 공식 집계가 시작된 1991년 이래 최대다. 미국에서는 올해가 LP가 CD를 추월한 원년으로 기록됐다.

국내에서도 LP 열기가 뜨겁다. 업계 전문가들은 “판매량이 2019년에 전년 대비 약 2배로 늘었다면 올해는 전년에 비해 최소 3배 이상으로 증가했다”고 입을 모은다. 국내엔 정확한 LP 판매 통계가 존재하지 않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시장이 10배 이상으로 폭증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미국 음악가 LP, 한국서 독점 제작


시장 호황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해외 공장 운영 지연까지 겹치면서 외국 음악가의 LP를 국내에서 도맡아 제작하는 사례도 나왔다. 2018년 문을 연 LP 제작사 ‘골든노이즈’는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해외 음악가의 LP를 독점 생산해 내년 1월부터 세계 시장에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스페인 출신 보컬 라우라 발이 이끄는 미국의 재즈·보사노바 밴드 ‘노바(NOVA)’가 그 주인공. 노바는 10주년 기념 앨범 LP 600장 전량 제작을 ‘골든노이즈’에 최근 맡겼다.

변정식 골든노이즈 대표는 “올해 코로나19로 제작 일정에 차질을 빚은 유럽에서는 6개월까지 공정이 지연된 상황”이라며 “전자동 프레싱 기계(1대)를 도입한 본사에서는 단 3주면 가능하다는 점을 홍보함으로써 ‘노바’ 등 실력에 비해 덜 알려진 해외 아티스트를 선제적으로 섭외해 세계 시장에 LP를 공급할 것”이라고 말했다. 골든노이즈는 캐나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마이클 콜크의 LP도 내년 초에 발매할 계획이다.

국내에는 LP 공장이 두 곳, 프레싱 기계는 총 3대가 있다. 2017년 문 연 ‘마장뮤직앤픽처스’는 프레싱 기계를 2대 갖고 있다. 하종욱 마장뮤직앤픽처스 대표는 “올해 주문 생산량이 전년 대비 2.5배로 증가했다”며 “내년에 공정 자동화, 생산설비 증설, 공장 이전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 대표는 “옛 음반의 재발매가 주를 이루던 LP 시장이 작년 하반기부터 새 음반 위주로 완전히 재편됐다. 당분간 LP 시장은 고성장으로 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LP 시장 이끄는 10, 20대 잡아라


시장의 주도권은 10대와 20대로 넘어갔다. 김윤중 도프레코드 대표는 “턴테이블 보급까지 받쳐주며 새로 수집과 감상에 뛰어드는 젊은층이 크게 늘었다”고 분석했다. 젊은 시절 수백∼수천 원대에 LP를 접한 50대 이상의 경우 LP 재조명 경향에 관심을 보였다가 4만 원을 넘는 새 음반 가격에 저항감을 갖고 열정이 식는 경우가 많다. 반면 LP 경험이 없는 10, 20대는 오히려 이 가격을 자연스레 받아들이며 컬렉션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다. 음반사 ‘사운드트리’의 박종명 부사장은 “코로나19로 실내 생활이 늘며 LP 수집과 감상에 진지하게 빠진 20, 30대가 많다”고 말했다. 사운드트리도 올해 3월부터 해외 음반을 맡아 제작해 일본 대만 홍콩 등에 수출하고 있다.

국내 가수의 해외 홍보도 LP가 앞장선다. 일본 도쿄에 본사를 둔 음반사 ‘비사이드’는 선우정아, 스텔라장, 민수의 대표곡을 담은 7인치 바이닐을 내년 2월 일본에 발매할 계획이다. 비사이드는 올해 ‘K인디 차트’ 일본어판을 서비스하며 한국 인디 음악가들을 일본 현지에 알리고 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해외#음반#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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