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했던 루키시즌, 독 품고 샷 날카롭게 다듬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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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무관 → 올해 2승 박현경
목표 1승이었는데 뜻밖 성과
우승하고 다음 경기서 컷탈락 등
내년엔 기복없는 플레이 목표
퍼팅 정확도 높여 반드시 ‘대상’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년 차인 올해 2승을 거두며 ‘신데렐라’로 떠오른 박현경은 “동계 훈련 기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내년에는 대상을 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현경은 올해 활약을 발판 삼아 원소속팀 한국토지신탁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년 차인 올해 2승을 거두며 ‘신데렐라’로 떠오른 박현경은 “동계 훈련 기간 동안 부족한 부분을 채워 내년에는 대상을 타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박현경은 올해 활약을 발판 삼아 원소속팀 한국토지신탁과 재계약에 성공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루키 시즌 무관의 서러움이 큰 원동력이 됐죠. 겨울 동안 이 악물고 연습했어요.”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우승을 포함해 2승을 거두며 화려한 한 해를 보낸 ‘오라공주’ 박현경(20)은 작년과 달라진 비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신인이던 지난해 박현경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친구이자 경쟁자였던 임희정, 조아연, 이승연 등이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정상과 인연을 맺지 못하는 자신의 신세가 아쉽기만 했다. 무관에 그친 탓에 독을 품고 연습을 했다는 그는 “올해 제일 큰 목표가 1승이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던 2승까지 하게 돼 매우 만족스럽다”고 했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골프연습장에서 만난 박현경은 상승세의 원동력으로 향상된 샷의 정확도를 꼽았다. “지난해에는 목표했던 지점에서 왼쪽으로 10m도 넘게 날아가 버리는 등 터무니없는 실수가 많았다. 올해에는 큰 실수를 줄였고, 퍼트의 정확도도 높아져 우승을 할 수 있었다.”

2년 차 활약 덕분에 그는 얼마 전 메인 스폰서인 한국토지신탁과 두 배 늘어난 계약금(5억5000만 원)에 재계약하며 따뜻한 스토브리그를 보내고 있다. 그래도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일관성을 높이고 기복을 줄이는 걸 새 시즌을 향한 과제로 삼았다.

박현경은 올해 투어 첫 우승을 차지했던 KLPGA챔피언십 다음 대회인 E1채리티 오픈에서 컷 탈락했다. 이번 시즌 컷 통과에 실패한 건 이때가 유일하다. 아이에스동서 부산오픈에서 우승한 뒤 다음 대회에선 50위 밖으로 밀리기도 했다.

그는 당장 보완해야 할 부분이 떠오르면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어둔다. 최근 내용은 다음과 같다. ‘긴장할 때 몸이 굳는 경우가 많다. 몸 회전이 지금보다 더 잘돼야 한다. 퍼트가 안 될 때는 머리나 하체가 많이 흔들린다.’

박현경은 내년 1월 말부터 한 달 동안 경남 고성에서 전지훈련을 할 계획이다. 이시우 프로와 함께 한다. 겨울에 알찬 시간을 보내야 한 해 농사가 잘된다는 게 그의 얘기. 지난해 미국 전지훈련에서 샷의 정확도를 끌어올린 데 이어 내년에는 ‘퍼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생각. 올해 시즌 한때 상금랭킹 1위를 달리다가 시즌 막판 4, 5개 대회에서 부진해 상금랭킹 7위로 마친 원인도 퍼트였다. “시즌 막판에 퍼팅이 너무 안 돼서 그린에서 ‘마크’를 하는데 공포감이 들더라. 내년에는 퍼팅을 가다듬어 반드시 새 목표인 ‘대상’을 타고 싶다.”

박현경은 세계랭킹 1위 고진영(25)에게 고마운 마음도 전했다. 고진영은 박현경이 프로에 데뷔하기 전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언니 같은 선배다. 박현경은 “진영 언니가 제게 ‘항상 너를 보면 나를 보는 것 같다. 네가 더 잘됐으면 좋겠고 잘할 것이라 믿는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큰 힘이 된다. 4개 대회만 뛰고도 상금왕에 오른 진영 언니가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박현경은 롤모델인 고진영처럼 20대 중반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박현경#골프#서러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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