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발니 암살시도 전모, 나발니가 밝혀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러 정부 고위관리로 신분 속이고 요원에 암살 실패 사유 질문
속옷 안쪽에 독극물 묻혔다 답변”… 45분 통화내용 유튜브에 올려

러시아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44·사진)가 러시아 정부 고위 관리로 신분을 속인 후 자신의 암살을 시도했던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독극물팀 요원과 통화해 사건의 전모를 밝혀냈다. 해당 요원으로부터 “속옷 안쪽에 독극물을 묻혀 암살하려 했다”는 발언을 받아낸 것이다.

나발니는 21일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FSB 요원 콘스탄틴 쿠드럅체프와 45분간 통화했다”며 녹음한 내용을 공개했다. 나발니는 ‘암살이 실패한 이유를 상부에 보고해야 한다’며 쿠드럅체프에게 어떤 방식으로 신경작용제 노비초크를 사용했느냐고 물었다. “속옷”이란 답이 나오자 “정확히 어느 부분이냐”고 거듭 물었고 “사타구니 안쪽”이란 답을 얻어냈다.

쿠드럅체프는 또 “나발니를 태운 비행기가 중간에 긴급 착륙했기 때문에 암살에 실패했다”고 말했다. 나발니는 올해 8월 시베리아 톰스크에서 모스크바로 가는 비행기에 탑승했으나, 몸의 이상을 호소해 기장이 비행기를 시베리아 옴스크에 긴급 착륙시켰다. 옴스크로부터 모스크바까지의 비행시간은 3시간이어서 비행기가 도중에 착륙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란 의미다.

쿠드럅체프는 증거 인멸을 위해 자신이 옴스크에 간 사실도 실토했다. 나발니가 “속옷 때문에 놀랄 일은 없었겠다”라고 떠보자 “우리가 그곳에 여러 번 갔다”고 답했다.

FSB는 즉각 “우리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계획된 도발”이라며 “외국 정보기관의 조직적 지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외교부는 22일 항의의 뜻으로 나발니가 머물고 있는 독일은 물론이고 프랑스, 스웨덴 등 주요 서유럽국 대사를 초치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나발니#암살시도#러시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