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위기 안 뜨던 서울 보선, 安 등장에 ‘野 단일화 정국’ 본격 전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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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시장 전격 출마선언
“서울시장 지면 대선 하나마나 … 과거 박원순에 양보, 결자해지”
김종인 “반응할 필요 없어” 기싸움
보수진영선 “단체전 이겨야” 환영
우상호 “대권 노리면서… 시민 모독”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지지자로부터 꽃다발을 건네받고 있다. 안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겠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차기 대선 불출마와 함께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전격 선언하면서, 향후 정치 지형을 가를 내년 4월 보궐선거 레이스가 보수 야권을 시작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안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라며 “제가 앞장서서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후보 단일화 이슈를 꺼내 들었다. 국민의힘에 입당해 경선을 치르는 방안에 대해선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며 답을 피한 뒤 “(단일화 방식을 놓고)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공정 경쟁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고 말했다.

일단 국민의힘 지도부의 반응은 냉랭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안 대표 출마에 대해 “우리 당 사람들은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내년 재·보선 국민의힘 공관위원장에 임명된 정진석 의원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안 대표가 후보 단일화를 언급한 데 대해 “자기중심적 사고의 발로인 것 같다. 안 대표도 자기 희생정신을 더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단일화를 하려면 국민의힘에 입당해서 경선에 참여하라는 것이다. 안 대표 측은 2011년 민주당 경선에서 승리한 박영선 당시 후보와 무소속 박원순 당시 후보가 맞붙은 ‘범야권 순차 경선’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하지만 당 지도부와 달리 보수진영에선 환영의 메시지가 나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페이스북에 “모두가 하나가 돼 단체전의 승리를 이뤄야 한다”고 했고,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안 대표의 출마는 야권을 더 큰 판으로 만들어 정권 교체를 앞당기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보수진영에서 이런 복잡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는 것은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사망으로 생긴 선거임에도 마땅한 필승 후보를 찾지 못한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아직 ‘다크호스’급 인물을 영입하지 못했고,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총선에서 정치 신인에게 각각 낙선해 본선 경쟁력을 놓고 당내 의구심이 적지 않다. 그래서 보수진영 전반에선 “안철수가 차기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에 도전해야 승산이 있다”는 말이 끊이지 않았는데, 바로 이날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것. 앞서 국민의힘 김무성 전 의원이 주도하는 ‘마포포럼’에서 안 대표를 초청하고, 주호영 원내대표가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단일후보가 되고 힘을 모아야 승리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해온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 대표가 차기 대선 출마를 접고 서울시장으로 방향을 튼 것도 이런 기류와 연결되어 있다. 내년 서울시장을 놓치면 차기 대선은 보수 후보 누가 나가도 어렵다는 인식이 보수야권에 최근 팽배한 상황에서, 안 대표도 서울시장 출마를 위한 ‘최적의 타이밍’을 노렸다는 해석이 많다. 안 대표 주변 인사는 “일단 서울시장에 도전해서 승리해야 차차기 대선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안 대표는 회견에서 “‘서울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 할 것’이라는 많은 원로분들의 충정 어린 말씀이 계셨다. 결자해지(結者解之)라는 말씀에 참으로 송구스러웠다”고 했다. 2011년 박 전 시장에게 후보를 양보한 자신이 9년 만에 상황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안 대표가 내년 보선에 나서면 2011년과 2018년에 이어 세 번째 서울시장 도전이다.

안 대표의 출마 선언에 민주당은 대체적으로 그 의미를 일축했다. 민주당 경선에 가장 먼저 출사표를 낸 우상호 의원은 페이스북 글에서 “안 대표가 시장 출마 의사가 없다고 밝힌 지 18일 만에 거취를 바꾸는 것이 과연 정치인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인가”라며 “대권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서울시장을 정치적 정거장처럼 여기는 모습은 시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체급을 가리지 않는 ‘묻지 마 출전’을 한다고 승률이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패전의 기록만 쌓여간다. 패배도 습관이 된다”고 했다.

김준일 jikim@donga.com·김지현 기자
#안철수#서울시장#보궐선거#야권#출마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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