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대통령이 尹총장 불신임”… 尹측 “불명예 제대할 수는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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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유의 검찰총장 징계]文대통령-윤석열 대립구도 되나
文 “법무부-검찰 새출발 기대”
‘秋 그만두니 尹도 승복을’ 압박
尹 소송 제기땐 文과 법정다툼… 징계 승복-자진사퇴 거부


“추미애 (법무부) 장관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제청한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정직 2개월’ 징계안을 재가하며 이같이 말했다.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를 승인하며 동시에 윤 총장과 갈등을 빚어왔던 추 장관의 사의 표명 사실을 공개하면서 윤 총장에게도 승복하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 하지만 윤 총장 측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의 표명과 관계없이 소송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며 불복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추-윤 갈등’을 넘어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이 정면충돌하는 ‘문-윤 대전’으로 비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文 “검찰의 새 출발 기대”한다며 尹에 최후통첩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5시경 청와대를 찾은 추 장관으로부터 윤 총장 징계 결과에 대해 70분간 직접 보고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이 보고를 마친 뒤 20분이 지난 이날 오후 6시 반경 윤 총장에 대한 법무부 징계위의 ‘정직 2개월’ 결정을 최종 재가했다.

문 대통령은 징계 재가 직후 “검찰총장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에 이르게 된 데 대해 임명권자로서 무겁게 받아들인다. 국민께 매우 송구하다”며 “검찰이 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브리핑에 나선 정만호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이 밝혔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의 추진력과 결단이 아니었다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수사권 개혁을 비롯한 권력기관 개혁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추 장관 본인의 사의 표명과 거취 결단에 대해서도 높이 평가하며 앞으로 숙고해 수용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했다. 추 장관이 문 대통령에게 직접 사의 표명했다는 점을 밝힌 것.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추 장관이) 자진해서 사의 표명을 먼저 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의 깜짝 사의 표명을 두고 윤 총장을 향해 자진 사퇴하라는 최후통첩을 보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불복 소송에 나서면 징계를 내린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이 법정에서 사실상 맞붙게 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이날 “검찰총장 징계를 둘러싼 혼란을 일단락 짓고 법무부와 검찰의 새 출발을 기대한다”고 밝힌 것도 윤 총장을 향해 이쯤에서 물러서 달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사실상 윤 총장에 대한 불신임 의사를 드러낸 것”이라고 해석했다.

○ 차기 대선 앞두고 사실상 ‘文-尹 대전’ 점화

하지만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재가한 징계 조치에 대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며 사실상 자진 사퇴 요구에 대한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과의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윤 총장과 가까운 지인은 “불명예 제대할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총장은 이르면 17일 서울행정법원에 “징계 처분 효력을 중단해 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징계를 취소해 달라”는 본안 소송을 낼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은 법률 대리인들과 함께 함께 집행정지 신청서와 소장 등의 문구를 직접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 측은 법원에 낼 서류에 “법률로 2년의 임기를 보장받은 검찰총장에 대해 2개월의 정직 처분을 내리는 것은 다른 공무원에 대한 정직 처분보다 훨씬 큰 불이익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담을 예정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이 차기 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로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윤 총장 간 대치 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선 올 1월 검찰 간부 인사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계기로 여권이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문 대통령과 윤 총장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실제로 검찰 안팎에선 여권이 올 1월 ‘윤 총장 라인’으로 분류된 검사들을 대폭 인사이동 시킬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공수처가 이미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이 내려진 점을 근거로 수사에 착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문병기 weappon@donga.com·고도예 기자
#문재인 대통령#추미애 퇴진#윤석열 검찰총장 징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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