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아마존 견제 나선 EU, 초강력 디지털 법안 만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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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사안에 영향력 발휘 막고 이용자수 앞세운 시장독점 방지
위반땐 매출 10%를 벌금 부과… 사업매각 명령도 내릴 수 있어
AFP “삼성전자도 포함 가능성”

유럽연합(EU)이 아마존,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을 겨냥한 초강력 규제를 내놨다.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내거나 강제로 기업을 분할할 수 있는 조항까지 포함돼 현실화하면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월 출범할 조 바이든 미 행정부와 EU의 관계 설정에도 영향을 줄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15일(현지 시간) IT 대기업의 반독점 행위 처벌을 강화하는 ‘디지털 시장법’과 ‘디지털 서비스법’의 초안을 공개했다. 연 매출 65억 유로(약 8조6000억 원) 이상, 이용자 4500만 명 이상, EU 3개국 이상에서 쓰이는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을 ‘디지털 게이트키퍼(문지기)’로 지정해 이들의 불공정 거래를 금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AFP통신은 미 5대 IT 공룡을 포함해 한국 삼성전자,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 중국 동영상 서비스앱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 미국 소셜미디어 스냅챗, 네덜란드 온라인 호텔 예약 업체 부킹닷컴 등이 EU가 겨냥하고 있는 10대 게이트키퍼라고 전했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IT 공룡이 많은 이용자 수를 이용해 각국의 선거, 보건정책 등 주요 사안에 의도적으로 특정 정보를 퍼뜨려 영향을 주는 일을 금지했다. 디지털 시장법은 서비스 이용자에게서 얻은 정보를 무분별하게 사용하거나 이용자 수를 활용해 특정 서비스를 불공정하게 독점하지 못하도록 했다.

IT 대기업이 계열사를 동원해 서로 이익을 안기는 행위 또한 금지했고 인수 및 합병 계획을 반드시 EU에 사전 통보해야 한다. 구글과 애플 같은 기업들은 하드웨어 기기를 판매할 때 기본으로 장착된 앱을 소비자가 지울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또한 앱 사용 빈도 같은 광고 지표를 광고주와 배급사에 무료로 제공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해당 서비스가 일시 중지되고, 반복적으로 어기면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이 부과된다. 5년 이내에 3차례 벌금을 내면 EU가 해당 사업을 매각하라는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U 경쟁담당 집행위원은 “사업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하고 온라인 이용자들이 안전한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다.

EU는 이미 지난달 아마존을 상대로 반독점 규정 위반 혐의를 제기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법안이 발효된 가운데 아마존의 위반 사실이 최종 확정되면 지난해 EU 내 매출(320억 유로)의 10%인 32억 유로(약 4조3000억 원)를 토해내야 한다.

이로 인한 찬반양론 또한 거세다. IT 대기업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커진 만큼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의견과 반(反)자본주의 성격이 지나치게 강해 기업의 자율성과 혁신을 저해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선다.

대상 기업은 거세게 반발했다. 구글은 성명을 통해 “소수 기업을 구체적으로 겨냥했으며 기술 혁신과 성장을 훼손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아마존 또한 “모든 기업에 동일한 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법안이 실제 시행되려면 EU 27개 회원국과 유럽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해 짧게는 몇 달, 길게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 EU 역시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미국과의 관계 악화 등을 우려해 IT 대기업을 분할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몰고 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유럽연합#eu#it 기업 규제#디지털 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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