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세금이 왜 이래”… 머스크도 떠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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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살던집 대신 텍사스 선택
“삼나무 숲선 작은나무가 못자라” 높은 법인세와 과도한 규제 비난
HP-드롭박스 등도 본사 이전… ‘실리콘밸리 기업 엑소더스’ 분석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사진)가 20년 넘게 살던 서부 캘리포니아주를 떠나 남부 텍사스주로 이사했다고 밝혔다. HP, 클라우드 서비스회사 드롭박스, 빅데이터 분석회사 팰런티어 등 정보기술(IT)을 기반으로 한 실리콘밸리 기업 또한 최근 캘리포니아를 떠나거나 떠나기로 했다. 다른 주에 비해 높은 세금과 과도한 규제를 피해 유명 기업이 캘리포니아를 떠나는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머스크는 8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삼나무 숲에는 작은 나무가 자랄 수 없다. 주 정부가 혁신 기업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한다”며 “(이대로 가다간) 실리콘밸리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캘리포니아의 규제 환경에 염증을 느낀다며 “현실에 안주하는 경향이 있고 이제 더 이상 챔피언이 되지 않으려는 것 같다. 오랜 승리를 당연하게 여긴다”고 질타했다.

머스크는 최근 테슬라 주가 상승에 힘입어 지난달 23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제치고 블룸버그 기준 세계 2위 부호가 됐다. 9일 현재 머스크의 재산은 1447억 달러(약 156조 원)로 1위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업자(1854억 달러)보다 약 400억 달러 적다. 테슬라 시가총액은 약 6160억 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앞서 실리콘밸리 원조(元祖) IT 기업으로 꼽히는 HP는 1일 본사를 캘리포니아 새너제이에서 텍사스 휴스턴으로 이전한다고 밝혔다. 1938년 스탠퍼드대 학생이던 윌리엄 휼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팰로앨토 소재 패커드의 집 차고에서 오디오 발진기를 개발하면서 탄생한 82년 역사의 터줏대감이지만 높은 세금, 치솟는 집값, 혼잡한 교통 등을 견디다 못해 이전을 선택했다.

이 외에도 ‘채권왕’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최고경영자(CEO), 보수 논객 벤 셔피로, 유명 유튜버 조 로건, 조 론즈데일 벤처캐피털 8VC 창업자 등 유명인과 고소득자도 캘리포니아 탈출을 속속 선언하고 있다. 론즈데일 대표는 지난달 WSJ 기고문에서 “고향 캘리포니아가 비즈니스와 혁신을 옥죄고 기회를 박탈하는 나쁜 정책으로 황폐해지고 있다”며 아무 연고가 없는 텍사스로 이주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캘리포니아의 소득세 최고세율은 13.3%로 하와이(11.0%), 뉴저지(10.75%), 오리건(9.9%) 등보다 훨씬 높다. 주의회는 올해 7월 “앞으로 소득세를 더 높이겠다”고 했고 한 달 후에는 3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가에게 0.4%의 부유세를 별도로 과세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인세율도 8.84%로 미 50개 주 중 가장 높은 축에 속한다. 반면 텍사스는 소득세를 면제하는 7개 주 중 하나다. 머스크, 론즈데일 등 유명인이 텍사스로 이주하는 것도 이 때문으로 꼽힌다.

더욱이 기업들은 잦은 화재, 전력 인프라 노후화 등으로 지난해에만 약 2만5000차례의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이 발생했고 올해는 그 빈도가 더 잦아져 공장 운영이 어렵다는 불만을 토로한다. 주 정부가 9월 “15년 안에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중단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리는 등 과도한 친환경 규제를 일삼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 조유라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실리콘기업 엑소더스#머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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