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우토로 ‘강제징용 산증인’ 강경남 할머니 별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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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지킨 1세대중 마지막 생존자

일본 교토부에 있는 우토로 마을을 지키며 ‘강제징용 역사의 산증인’이라 불렸던 재일동포 강경남 할머니(사진)가 21일 별세했다. 향년 95세.

경남 사천시에서 태어난 고인은 8세 때 징용된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왔다. 18세에 일본인과 결혼한 강 할머니는 1944년 교토부 우지시 우토로 마을로 이주했다.

우토로 마을은 일제강점기 일본이 군사비행장 건설을 위해 강제 동원한 조선인 1300명이 모여 살며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당시 상하수도 시설도 없고 비만 오면 침수되는 척박한 환경에서도 동포들은 우리말과 문화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8·15 광복 뒤 많은 동포들이 고국에 돌아오지 못하고 이곳에 남았으나 일본 정부가 동포들을 핍박해 우토로 마을은 ‘재일동포 차별의 상징’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1987년에는 일 정부가 몰래 매각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한국인과 재일동포 등이 모은 성금으로 땅을 구입해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마을 지키기에 앞장서온 강 할머니는 이 마을의 1세대 가운데 마지막 남은 생존자였다.

고인의 장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을 고려해 가족장으로 치러진다. 다만 사십구재 동안 할머니가 머물던 집에 빈소를 마련해 한국에서도 헌화와 조문을 받을 계획이다. 발인은 24일.
 
이청아 기자 clear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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