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글e글]‘단골 닉네임’을 메뉴명으로…그 파스타집 영업중단, 왜?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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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단골손님의 닉네임을 메뉴명에 추가해 최근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인천 소재의 한 파스타 음식점이 일시적인 영업중단을 선언했다.

이번 사건은 17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한 글로 시작했다.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는 글쓴이는 “매일 한 곳에서 배달시켜먹으면서 리뷰 적었는데 사장님이 기특했는지 메뉴 이름에 내 닉네임을 달아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글쓴이는 ‘짐승파스타’라는 이름을 가진 음식점의 메뉴 사진을 첨부했다. 글쓴이의 닉네임은 ‘월터’. 실제로 음식점이 판매하는 ‘감바스 알 아히요’ 앞에 ‘월터’라고 적혀있었다.

글쓴이는 자신이 남긴 리뷰들도 공개했다. 수십 개의 리뷰에 음식점 사장은 하나하나 “감바스 이름을 월터 감바스로 바꾸도록 해야 할 것 같다” “매일같이 이용해줘서 너무나 감사드린다” “항상 주문하시는 음식 정성껏 만들도록 하겠다” 등 답을 달았다.

게다가 음식점 사장이 메뉴명에 단골손님의 닉네임을 붙인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월터 감바스 알 아히요’ 외에도 ‘짜노’ ‘워싱턴DC’ 등 다소 뜬금없는 단어가 붙은 메뉴가 있었다. 리뷰 목록을 살펴보니 이들도 단골손님이었다.

흔하지 않은 친(親)고객적인 서비스에 대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화제성에 힘입어 주문량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음식점 사장이 떨어지는 수익률 때문에 폐업을 고민하고 있다는 글을 한 온라인 카페에 올린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음식점 사장은 일시 영업중단을 선택했다. 그는 관심이 높아지자 이날 음식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 공지사항에 “저희는 작은 매장이다. 이런 사랑을 받기에는 정말 과분하다. 오늘은 저희가 감당할 수 없어 문을 닫는다”고 적었다.

이어 “제가 짐승파스타를 만든 이유는 당연히 돈도 버는 거지만, 좋은 음식을 좋은 가격에 제공해드리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다. 하여 지금까지 받은 주문만 해드리고 마감하려고 하니 부디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배달의민족 캡처
배달의민족 캡처

그럼에도 관심은 이틀째 이어졌다. 결국 음식점 사장은 18일 새 공지를 통해 “저희 짐승파스타는 아직 이런 관심을 받을만한 매장이 아니다. 그냥 작은 매장이다. 하여 이런 관심이 솔직히 두렵다”며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닌데 받게 된 관심이 정말 두렵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지금도 단골손님들이 주문해주시는 주문을 버겁게 빼고 있어 죄송스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이런 관심이라니 당치도 않다. 죄송하게도 당분간 영업하지 않도록 하겠다. 잊혀질 때 다시 찾아오는 게 옳은 것 같다”고 사과했다.

윤우열 동아닷컴 기자 cloudanc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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