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 살려 봉사하고 주민에 법률서비스… 국립대 지역맞춤 공헌 강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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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대, 혁신과 상생의 미래를 연다]<2> 지역사회 기여 프로그램

제주대 수의학과 교수와 학생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제주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개들을 돌보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 39개 국립대는 다양한 ‘지역사회 기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윤영민 교수 제공
제주대 수의학과 교수와 학생으로 구성된 봉사단이 제주에 있는 유기견 보호소에서 개들을 돌보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전국 39개 국립대는 다양한 ‘지역사회 기여’ 프로그램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윤영민 교수 제공
15일 오후 2시 제주 제주시 한림읍의 한 사설 유기견 보호소.

제주대(총장 송석언)의 윤영민 수의학과 교수(제주야생동물구조센터장)가 이끄는 봉사단이 들어서자 유기견 160여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겼다. 봉사단은 개들의 상처 부위를 소독하고 정성스럽게 약을 발라줬다. 기생충 약도 먹이고, 중성화 수술까지 했다.

처참한 상태로 왔던 유기견들이 이렇게 회복된 것은 ‘제주 유기견 엄마’로 알려진 보호소장 이묘숙 씨와 윤 교수 일행의 손길 덕이다. 이 씨는 “매달 방문하는 봉사단의 정성 어린 보살핌이 큰 힘이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교수는 “제주는 인구 대비 유기동물 발생 건수가 전국에서 가장 높아 뜻깊은 봉사활동이었다”고 말했다. 제주대는 교육부의 국립대 육성사업 지역기여 과제 가운데 하나로 이 봉사단에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전국 39개 국립대가 지역 실정에 맞춰 다양한 방식으로 국립대 육성사업의 ‘지역사회 기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대학의 자원을 나누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지역 현안 해결에 일조한다. 이런 역할은 국립대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는 효자 노릇을 하고 있다.

○지역 현안 해결에 팔 걷어

전남대(총장 정병석)는 지난해 ‘지역민과 함께하는 인권 및 생활법률 강좌’를 열어 사형제 존폐 문제와 의료분쟁, 이혼 등 다양한 법률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29차례의 강좌에 1008명이 몰렸다. 이기옥 리걸센터장(교수·형사법)은 “법률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와 준법정신을 높이는 계기가 됐길 바란다”고 했다.

강릉원주대(총장 반선섭)는 지난해 강릉문화재단과 함께 지역문화전문인력 양성 및 문화기획·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걷는 밤 강릉바다’ 등의 기획에는 지역 문화전문인력 양성과정 참가자들이 참여했다. 공주대(총장 원성수) 중앙도서관은 시민과 함께하는 기적의 책읽기 1박 2일 독서여행을 실시했다.

한국복지대(총장 성기창)는 지역 초중고교생과 주민, 농업인 등을 대상으로 드론 체험 및 자격증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자격증 과정에는 42명이 수강해 30명이 자격증을 취득하는 성과를 거뒀다. 대학 측은 “장애 공감문화 확산과 장애인 감수성 향상을 위해 도입해 7차례 실시한 ‘유니버설 디자인 체험교육’은 109명이 참여해 91.9점의 만족도를 자랑했다”고 밝혔다.

서울과학기술대(총장 이동훈)는 서울·경기 지역에서 과학창의 융합교육(STEAM)을 실시해 호평을 받았다. 4차 산업혁명시대 평생교육의 의미를 살려 학생과 학부모, 군인가족과 복지관 장애인 학생들도 찾아갔다.

○세대 장애 넘은 강좌, 교육 풍성

충북대(총장 김수갑)는 지역 상생의 기초가 되는 공존의 가치 실현을 위해 SCR(Service, Culture, Resource) 공동체 나눔 운동을 활발하게 펼친다. 학생 참여형 사회봉사, 지역 초중고교생 문화교육 프로그램, 대학 시설과 장비 지역 공유 등이다. 인근 주민 이정규 씨는 “대학이 무료 지역사회 공헌 프로그램과 대학 인프라 등을 제공해 주민들이 큰 혜택을 받고 있다”며 “경제적인 측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해 대학의 존재 이유를 실감한다”고 했다.

경인교대(총장 고대혁)가 지난해 1학기 마련한 ‘Making is Thinking―재료탐색과 스토리텔링’ 전시회는 특별한 관람객들이 찾았다. 평소 미술 작품을 접하기 어려운 시각장애 학생들이었다. 대학은 학생들이 작품을 손으로 만지며 작가의 숨결을 느끼는 ‘시각장애 학생 대상 터치투어’를 마련했다. 안금희 도서관장(미술교육과 교수)은 “대학 시설과 공간을 활용해 구성원은 물론 지역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했다”며 “지역사회에 건전한 여가문화를 조성하고 문화 향유 격차를 해소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양특성화대인 한국해양대(총장 도덕희)는 부산지역 초중고교생을 대상으로 해양과학꿈나무캠프와 해양과학영재캠프, 찾아가는 해양과학교실을 열었다. 초등학교 5, 6학년을 대상으로 한 해양과학꿈나무캠프는 대학 세미나실과 체육관, 수영장 등을 활용했다. 솔라보트 만들기, 해양건축, 생존수영, 해양드론 교육·체험 등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의 평균 만족도는 9.36점(10점 만점 기준)이었다. 해양과학교실 측은 “한국해양대 교수들이 부산지역 중학교를 찾아가 현장에서 해양과학·문화에 대해 들려줘 호응을 얻었다”고 전했다.

춘천교육대(총장 이환기)는 찾아가는 ‘창·체(창의 체험) 버스’를 운영했다. 초등학교를 찾아가 천체관측 프로그램과 작은 음악회 등을 열었다. 전주교육대(총장 김우영)는 작은 규모의 초등학교를 찾아가 ‘몽(夢)KIDS 교육캠프’를 열었다. 이 대학 관계자는 “농어촌 소규모 학교 교육격차 문제를 해소하는 한편 예비교원의 전문성과 인성을 함양할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국립대#지역맞춤 공헌#혁신과 상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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