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산후조리원 적응기… “여성판 진짜사나이 보는듯”

이호재 기자 입력 2020-11-17 03:00수정 2020-11-1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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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드라마 ‘산후조리원’ 화제
출산 관련 내밀한 사례 그려
3040여성들, 경험담 나누며 임신-출산 ‘사회적 편견’ 토론도
드라마 ‘산후조리원’에서 산모 오현진(엄지원)이 유축기로 짜낸 모유를 젖병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고 있다. 드라마는 실제 모유 수유를 우월시하는 조리원 모습을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tvN 제공
“다들 아기 낳을 때 저승사자 한두 번씩 왔다가고, 아무리 입맛 당겨도 아이스 아메리카노 못 마시잖아요. 저 역시 고생하며 두 녀석 다 돌까지 모유 수유로 키웠던 기억이 나네요.”

최근 어린 자녀를 둔 엄마나 임신부가 회원의 다수인 온라인 맘카페에 올라온 글이다. 2일부터 방영된 tvN 드라마 ‘산후조리원’을 보고 자신의 출산 경험을 떠올린 것. 이 글에는 “울고 힘들던 출산 직후가 생각난다” “남편이랑 과거를 기억하고 있다” 등 댓글이 이어졌다.

나이든 산모의 산후조리원 적응기(記) ‘산후조리원’이 3040 여성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최고 시청률은 3.3%이지만 마니아층이 형성돼 ‘작품성 높다’는 입소문을 타고 있다. 아이를 낳아본 여성들은 “군대 다녀온 남자들이 ‘진짜사나이’ 보듯 산후조리원을 보며 울고 웃는다”는 반응이다. 예비 엄마들이 “출산이 무섭다”고 하면 위안을 주는 댓글이 올라온다. 대부분의 드라마 시청자들이 주인공에게 몰입해 서사 위주로 시청 소감을 나눴다면, 이 드라마는 자신의 경험을 비슷한 처지의 다른 시청자와 나누며 소비한다는 특징이 있다.

임산부 사이에서 ‘출산 3대 굴욕’이라 불리는 관장, 제모, 내진 경험을 현실적으로 표현한 에피소드같이 출산 관련 내밀한 사례를 희화화하지 않는 연출도 공감을 사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학벌과 사회적 지위에 상관없이 ‘완모’(완전한 모유 수유)만이 대접받는 산후조리원 모습을 통해 일과 출산 사이에서 고민하는 3040 여성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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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 위주로 보던 시청자들은 임신과 출산을 바라보는 사회적 ‘편견’에 대한 토론도 벌이고 있다. 한 맘카페에는 “산후조리원에서 누군가 불쑥 내 가슴을 주무르며 ‘아직 딴딴하고 열이 난다’거나 ‘아이가 물기 힘들 것 같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 엄마는 사람이 아니고 젖소인가”라는 글이 올랐다. 한 여성은 “주위 사람들이 ‘카페인을 섭취하면 안 되지 않느냐’고 해 카페에서 그냥 나왔다. 하지만 임신부도 하루에 커피 한 잔은 괜찮다”고 주장했다.

김지수 작가는 “여자가 아이를 낳는다고 곧장 ‘엄마 모드’가 되지 않는다”며 “엄마도 일, 성공, 사랑에 대한 욕망이 생생하게 살아있다는 것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이호재 기자 hoh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산후조리원#김지수 작가#3040여성#출산#임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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