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 열사가 남긴 외침은 인간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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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남양주 묘역서 50주기 추도식
열사 가족-노동계 인사 등 참석
“근로기준법 준수하라” 되새겨
인권위 “노동자 대우 여전히 열악”

13일 전태일 열사 묘역이 있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추서한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놓여 있다. 이날 마석모란공원에서는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남양주=뉴스1
13일 전태일 열사 묘역이 있는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추서한 국민훈장 무궁화장이 놓여 있다. 이날 마석모란공원에서는 전태일 열사 50주기 추도식이 열렸다. 남양주=뉴스1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50년 전 전태일 열사가 서울 동대문구 평화시장 앞에서 분신하기 직전 외쳤던 문구가 13일 경기 남양주시 마석모란공원에서 다시 울려 퍼졌다. 전태일 열사의 묘역이 있는 마석모란공원에서 열린 ‘제50주기 전태일 추도식’에는 노동계 인사들과 전태일 열사의 유족, 이재명 경기도지사 등이 참석해 우리 사회의 노동 현실을 비판했다. 마석모란공원에는 용광로에 떨어져 숨진 청년노동자를 기리는 노래 ‘그 쇳물 쓰지 마라’가 흘러나왔다.

전태일 열사의 동생인 전순옥 전 국회의원과 태삼, 태리 씨는 전태일 열사 묘에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수여한 훈장을 헌정했다. 노동계 인사가 국민훈장 중 최고 등급인 무궁화장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들이 훈장을 헌정하자 추도식 참석자들은 “열사의 염원이다,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구호를 외쳤다.

이수호 전태일재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아직도 우리 사회는 근로기준법 밖에서 기계처럼 장시간 노동에 혹사당하는 노동자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50년 전 오늘 전태일 열사가 남긴 외침은 ‘인간선언’이었다”며 “그는 여전히 불평등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노동자, 억압받는 민중과 함께 있다”고 강조했다.

추도식에 참석한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은 추도사를 통해 “지난 50년 동안 노동자 서민의 삶이 나아졌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김재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50년 전 참담한 노동자 현실이 여전하다. 전태일 열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노동악법 통과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날 전태일 열사 50주기를 기리는 성명서를 통해 “한국의 경제 수준은 세계 10위권 내외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했지만 국가 경제 발전에 기여한 노동자들은 이에 상응하는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또 “사회의 변화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노동자, 하청노동자 등 다양한 고용형태를 창출시켰지만 이는 새로운 노동인권의 사각지대를 만들었다”며 “지난해에도 하루 평균 5.5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고용형태가 모두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채은 chan2@donga.com·박재명 기자
#전태일 50주기 추도식#노동자#근로기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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