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버스” 화성시, 무상교통 실험 시동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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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7~18세에 버스요금 전액 돌려줘… 내년 23세 이하-65세 이상도 지원
전국 인구 5만 이상 시군 중 처음… ‘직접 버스 운영’ 공영제도 추진
市 “대중교통 늘면 교통혼잡비 등 다른 사회적 비용 줄어들 것”

10일 경기 화성시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화성시는 이달부터 만 7∼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버스요금을 지원하는 ‘무상교통’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10일 경기 화성시의 한 시내버스 정류장에서 학생들이 버스를 타고 있다. 화성시는 이달부터 만 7∼18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버스요금을 지원하는 ‘무상교통’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사는 김성철(가명·17) 군은 집에서 약 10km 떨어진 송산고등학교를 다닌다. 집 주변에 학원가와 도서관도 없다. 주말에는 친구들과 영화를 보기 위해 봉담읍으로 가야 한다. 김 군은 “우리집은 시내와 거리가 있어 버스를 무조건 타야 하는데 한 달에 교통비만 대략 5만 원 정도 든다”며 “이제는 교통비 대신 개인적인 용돈으로 사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비봉면에서 3명의 자녀를 키우고 있는 이진영 씨(48·여)도 “아이들 교통비를 줄일 수 있어 가계에 보탬이 된다”고 설명했다.

화성시가 교통약자의 이동권 보장과 환경비용을 줄이기 위해 이달부터 무상교통을 추진하고 있다. 인구 5만 명 이상의 시군에서 대중교통 요금을 무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도입한 것은 전국에서 화성시가 처음이다. 앞서 전남 신안군과 강원 정선군이 고령층 등을 대상으로 무상교통을 실시했다. 화성시는 보건복지부로부터 무상교통 지원과 관련한 사회보장제도 신설이 승인돼 당위성을 인정받았다. 4월에는 무상교통 정책을 담당할 대중교통혁신추진단도 출범했다. 정우재 화성시 무상교통팀장은 “화성시 땅은 844km²로 서울시(605km²)보다 1.4배 넓지만 버스 이용률은 22%로 수원 등 인근 도시보다 낮아 대중교통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며 “화성시의 재정자립도는 68.9%로 전국에서 가장 높아 재정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올해 무상교통 지원 대상은 화성에 사는 만 7∼18세 12만2283명이다. 이들은 화성시 안에서 시내버스와 마을버스를 타면 비용을 환급받을 수 있다. 좌석, 광역, 공항버스 등 관외를 통행하는 버스요금은 지원되지 않는다. 올해 말까지 소요 예산은 24억 원이다. 내년부터는 지원 대상을 만 23세 이하와 만 65세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수혜 대상은 25만6000명으로 늘어난다. 내년 예산은 250억 원을 책정했다.

무상교통은 후불지원 방식이다. 매월 사용한 교통비는 교통데이터 요금결제 시스템을 활용해 관내 통행요금을 정산한 뒤 다음 달 20일경 현금으로 지급된다. 사용한 교통비는 단 한 건이라 하더라도 청소년 개인 통장으로 전액 입금된다. 서철모 화성시장은 “청소년의 이동권 보장은 물론이고 대중교통 이용이 늘면 도로 유지보수비와 주차장 건설비, 교통혼잡비용, 환경오염 등 직간접의 사회적 비용을 크게 줄여 화성형 그린뉴딜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성시는 대중교통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최초로 버스공영제도 추진한다. 3일부터 향남∼수원역, 기산동∼동탄2신도시(영천동)에 각각 1대의 버스가 투입돼 하루 왕복 12차례씩 시범 운행한다. 버스공영제는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버스업체를 인수하거나 설립해 버스회사를 운영하는 주체로 나서는 방식이다. 서비스 품질이 높아지고 도서벽지 등 대중교통 취약지역에 시민 요구에 맞춰 버스를 증차할 수 있다.

시는 올해 남양읍∼조암농협 등 반납된 23개 노선과 신설 노선 5개 등 모두 28개 노선에 45대의 공영버스를 투입한다. 내년에는 수익성이 낮아 반납이 예상되는 노선 20곳에 추가로 45대의 공영버스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화성시는 내년 친환경 압축천연가스(CNG) 버스 구매비 40억여 원 등 180억 원을 버스공영제 예산으로 투입할 계획이다. 서 시장은 “버스공영제는 도시와 농촌이 어우러진 우리 시민들의 발에 꼭 맞춘 수제화 같은 정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진 기자 lkj@donga.com
#공짜버스#화성시#무상교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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