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굴욕의 역사에서 배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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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욕을 대하는 태도/공원국, 박찬철 지음/352쪽·1만6000원·위즈덤하우스

당신은 굴욕 앞에 어떻게 행동하는가. 누군가는 와신상담하며 복수를 떠올리고, 누군가는 이를 참지 못해 바로 분개할지 모른다. 묵묵히 인내하거나, 굴욕적 경험마저 긍정한 채 여유로운 반응을 보이는 이도 있다.

17세의 한 소년은 어느 날 아침 아버지가 환관의 꾐에 넘어가 모질게 고문당하는 모습을 지켜본다. 옥고를 치른 그의 아버지는 결국 숨을 거둔다. 소년은 슬픔과 절망 속에서 역사책을 집어 들었다. 얼마 뒤 나라가 적의 침공을 받자, 그는 아버지를 죽게 한 나라임에도 분연히 맞섰다. 적은 그의 재산, 나라까지도 빼앗았다. 그럼에도 그는 다시 책과 붓을 집어 들었다. 그 소년은 훗날 중국 전제군주제의 폐단을 지적하는 저서 ‘명이대방록’을 지은 대학자 황종희(黃宗羲)다. 굴욕에 맞선 ‘불굴의 의지’가 그를 만들었다.

동양사학을 전공한 두 저자가 홍범도, 대조영, 주더, 정도전, 광무제 등 한중 역사 속 인물들의 굴욕 일대기를 모았다. 부제는 ‘역사를 움직인 16인의 굴욕 연대기’. 이들이 굴욕을 딛고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길 수 있었던 이유를 과감함, 불굴, 긍정, 인내, 신뢰, 인정, 애민, 확신이라는 여덟 가지 주제어로 정리했다.

발해를 건국한 고구려 유민 출신의 대조영, 서요를 건국한 야율대석(耶律大石)은 굴욕 앞에 도리어 과감함을 보였다. 두 사람은 각각 당나라와 금나라의 공격에 자신이 태어난 나라를 잃은 이들. 속절없이 유랑하거나 적국의 신하가 되거나 죽는 길밖에 없었다. 그 순간 그들은 과거의 부활이 아닌 새 나라를 세우기로 결심한다.

굴욕이라는 신선한 테마로 이야기를 엮은 듯 하나, 사실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들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때문에 인물들의 익숙한 일화와 영웅적 면모가 여럿 소개된다. 결국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단하다. 위기와 굴욕을 지혜롭게 극복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것. 굴욕 없는 역사는 없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굴욕을 대하는 태도#공원국#박찬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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