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향기]말 더듬던 외톨이 소년, 백악관 앞에 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1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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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조 바이든 지음·박진서 옮김/584쪽·1만9800원·김영사
◇약속해 주세요, 아버지/조 바이든 지음·김영정 옮김/339쪽·1만5800원·미래지식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고등학생 때까지 말을 심하게 더듬어 놀림을 많이 받았지만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갖고 부단히 노력해 대중 앞에서 연설할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DB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는 고등학생 때까지 말을 심하게 더듬어 놀림을 많이 받았지만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오랜 꿈을 갖고 부단히 노력해 대중 앞에서 연설할 수 있게 됐다. 동아일보DB
2020년 미국 대선의 승자가 유력시되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의 자서전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지켜야 할 약속) ‘약속해 주세요, 아버지’(약속해 주세요)가 국내에서 나란히 출간됐다. ‘지켜야 할 약속’은 2007년, ‘약속해 주세요’는 2017년 미국에서 나왔는데 올해 뒤늦게 번역된 것이다. 그만큼 한국에서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조력자라는 인식이 강할 뿐, 그의 정치인생 전반에 대해 알려진 바는 적다.

두 책에는 바이든의 어린 시절과 정치 입문, 아들의 죽음, 부통령으로서의 삶, 생사를 넘나들었던 뇌동맥류 수술 등 질곡과 야망의 인생사가 담겨 있다.

‘지켜야 할 약속’은 2007년까지 그가 살아온 인생 전반을 돌아본다. ‘왕따’당했던 암울했던 어린 시절, 겨우 구애에 성공한 재혼 과정 등 개인사까지 진솔한 어조로 소개한다. 그는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왜소한 체격에 말까지 더듬어 놀림을 받는 외톨이였다. 스스로도 “나는 모스부호처럼 말했다”고 표현한다. 하지만 마음속에는 끊임없이 마틴 루서 킹 목사,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등이 들어와 있어 정치를 향한 야망으로 부풀게 했다.

그는 로스쿨 진학 후 짧은 변호사 생활을 접고 1972년 29세에 델라웨어주 상원의원에 당선돼 2009년까지 36년간 연방상원의원을 지냈다. 1988년, 2008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섰지만 두 번 다 중도하차했다. 미미한 존재감으로 2008년 경선을 중도 포기한 후에는 스스로도 정치인생에 큰 반전은 없을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세상일은 모르는 법이다.

‘약속해 주세요’에서는 오바마 행정부의 조력자로 살았던 ‘부통령 바이든’과 뇌종양으로 투병하다 세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는 ‘아버지 바이든’의 모습이 잘 드러난다. 부통령 시절의 외교 이야기와 아들을 떠나보낸 아픈 가정사가 버무려져 인간적이면서도 국정운영 능력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들을 함께 담아냈다.

아들 보는 델라웨어주 법무부 장관과 미 육군 대장을 지낸 유망 정치가였지만, 2013년 뇌종양 진단 후 2년 만인 2015년 5월 세상을 떠났다. 보는 생전에 아버지의 대선 출마를 원했다. 하지만 2016년 폴리티코에서 “2016년 (대선 출마) 계획을 죽은 아들에 대한 이야기로 만들고 있다”고 보도하자 출마 계획을 접었다. 아들의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오명을 얻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부통령을 지내며 ‘조력자’ 혹은 ‘2인자’ 이미지가 각인된 그에게 ‘카리스마가 없다’는 비판은 쓰라린 것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2009∼2017년 부통령 경험은 꺼져가던 정치인생의 불씨를 살려준 중요한 전환점이 된 것이 분명하다.

벌써부터 국내에서는 그동안 그가 해온 외교적 발언들로 본 미국의 한반도 정책 전망을 내놓기 바쁘다. 이 책에는 인간 바이든의 모습 외에도 부통령 시절 쌓은 외교적 신념들에 대해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 부분이 많아 참고가 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야 기자 be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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