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처럼 美영사관에 뛰어들었지만… 美, 홍콩활동가 4명 망명 거절한 듯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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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수용땐 영사관 폐쇄 등 美中 관계 악화 가능성 고려

홍콩에서 반정부 민주화 운동을 펼쳐온 활동가들이 홍콩 주재 미국영사관에 뛰어들어 망명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홍콩 매체가 28일 보도했다. 망명을 받아들일 경우 영사관이 폐쇄될 수 있고, 미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오후 홍콩 활동가 4명이 홍콩 주재 미국영사관에 뛰어 들어가는 것을 기자가 직접 목격했다”면서 “이들은 곧 망명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SCMP는 소식통을 인용해 “이들의 망명 계획을 사전에 파악한 홍콩 주재 중국 정부 관리들이 이들의 추후 움직임을 면밀히 지켜보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SCMP는 4명 중 최소 1명은 반정부 시위와 관련해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으로 기소 위기에 처해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영사관과 홍콩 정부 모두 이 사안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SCMP는 미국이 홍콩 활동가들의 망명을 거부한 것과 미국, 중국, 홍콩 당국 모두 이 문제에 대해 입장을 내놓지 않는 것에 대해 “확전을 피하고 신중하고 조용하게 처리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라우시우카이(劉兆佳)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SCMP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자칫 홍콩 영사관 폐쇄까지 갈 수 있는 이 사안을 확대시키려 하지 않을 것이고, 쉽게 결정할 수도 없을 것”이라면서 “중국도 이 사건이 몰고 올 정치적 후폭풍을 피하려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미국영사관이 유명하지 않은 활동가를 받아들였다가 이후 망명이 쇄도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을 경계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에서는 “미국이 공식적으로는 홍콩 반정부 활동가들을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망명까지는 허용할 수 없다는 한계선을 설정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활동가 4명의 망명 시도에 앞서 27일 오전에는 홍콩 학생 운동가 토니 청(鍾翰林·19)이 미국 망명을 시도하다 체포됐다. SCMP는 토니 청이 미국영사관 맞은편 커피숍에서 홍콩보안법 관련 사건 전담 조직인 국가안보처 직원들에 의해 체포됐으며, 그가 미국 영사관에 망명을 신청할 계획이었다고 보도했다. 토니 청이 대표를 맡았던 조직 ‘학생동원(學生動源)’은 페이스북을 통해 토니 청 외에 2명이 더 체포됐다고 밝혔다. 홍콩보안법은 국가 분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 세력과의 결탁 등 4가지 범죄에 대해 최고 무기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홍콩 활동자#미국 영사관 망명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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