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래 위에 세운 城 탈원전, 재검토하고 조작·은폐자 엄벌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2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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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결정적 열쇠인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는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일과성으로 덮고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로 촉발된 탈원전 정책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다.

정부 여당은 감사원 감사가 경제성 이외에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조기 폐쇄 결정은 문제없는 것으로 나왔다고 주장하지만 억지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18년 이사회에 월성 1호기 안전성 평가에 대해 ‘모두 만족, 적합으로 나왔다’고 보고했다. 지역 주민들도 원전 가동 연장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감사원에 따르면 애초 산업통상자원부 실무진과 한수원도 연장 가동을 희망했다고 한다. 감사원은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판단을 유보한 것일 뿐, 그 결정이 타당했다고 면죄부를 준 것은 아니다.

원전정책은 특정 정권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국가 에너지정책의 근간을 이루는 백년대계다. 문재인 정부는 노후 원전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는 식으로 2038년까지 14기 원전만 남기겠다고 밝힌 상태다. 원전의 경제성 평가 조작 사실이 드러난 이상 일방적 강행보다는 속도 조절을 하며 원전정책 전반을 철저히 점검해야 한다.

국가 중대 정책의 근거가 될 평가작업을 조작한 행위의 가담자 전원에 대해 엄정한 사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필요한 근거를 짜맞추기 위한 자료 조작이나 도둑처럼 감사자료를 삭제·폐기한 행동은 중대한 범죄행위다. 그런데도 감사원은 자료를 삭제한 공무원 2명에 대한 징계만 요구했을 뿐, 경제성 평가 조작이나 조기 폐쇄 결정을 주도한 정부 관계자들에 대한 검찰 고발 등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다.

검찰은 평가 조작 행위자들에 대한 수사는 물론이고 감사원이 자체 포렌식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120개 문서 파일을 복구해서 산자부 공무원들이 은폐하려 했던 자료의 실체를 낱낱이 공개해야 한다. 증거자료 인멸이라는 국가기관의 추악한 비위 행위가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조기 폐쇄 재검토#감사원 감사#원전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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