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 흔든 ‘옥중 폭로’…‘라임사태’ 키맨 김봉현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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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0월 18일 07시 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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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라임자산운용 전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 8일 이강세(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강 전 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법정 진술을 했으며 강 전 수석은 이에 대해 “금품수수와 관련해 한치의 사실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0.10.12/뉴스1 © News1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12일 오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검찰청에서 라임자산운용 전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 대한 명예훼손 고소장을 접수하기 전 취재진 질의에 답하고 있다. 김봉현 전 회장은 지난 8일 이강세(전 스타모빌리티 대표)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강 전 수석에게 5000만원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법정 진술을 했으며 강 전 수석은 이에 대해 “금품수수와 관련해 한치의 사실도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2020.10.12/뉴스1 © News1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라임사태)의 핵심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의 옥중 입장문 한통이 정국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최근 옥중 입장문을 통해 ‘자신이 전관 변호사를 통해 라임사태 수사 담당 검찰에 대한 로비를 진행했으며 검찰이 정치권으로 수사를 몰고 가기 위해 사건을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김 전 회장의 이름은 라임사태가 촉발된 이후 라임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의 장모 센터장이 피해 투자자과 통화한 녹취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처음 세상에 알려졌다. 당시 장 센터장은 정관계에 광범위하게 로비를 하고 있는 ‘모 회장’이 향군상조회를 인수하고 상조회가 보유하고 있는 돈으로 라임펀드를 살릴 것이라며 투자자를 안심시켰다.

여기서 등장하는 ‘모 회장’이 바로 김 전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스타모빌리티의 사내이사로만 등재돼 있었지만 후에 스타모빌리티를 실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고 라임 사태와 관련한 사건 관계자들은 그를 ‘회장님’이라고 부른 것이 드러났다. 스타모빌리티가 공시한 내용 등에 따르면 김 전 회장은 광주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일진금속 이사, 에이스메탈 부사장 등을 거쳐 일신스틸 회장과 바른종합건설 회장 등을 역임했다.

김 전 회장은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과 함께 라임사태의 ‘키맨’으로 꼽힌다. 라임자산운용은 직간접적인 방법으로 600억원을 투자했는데 김 전 회장이 이 전 부사장과 결탁해 라임자산운용의 투자금을 스타모빌리티를 이용해 빼돌렸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김 전 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투자금 중 516억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으며 이 전 부사장은 라임자산운용이 투자한 이후 스타모빌리티의 지분을 보유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이 라임자산운용과 연루된 최초의 사건은 ‘수원여객 횡령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김 전 회장은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가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자금을 빌려 인수한 ‘수원여객’의 김모 재무이사와 공모해 2018년 10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241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수원여객 사건과 관련해 지난해 12월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지 않고 도주했다. 김 전 회장은 이종필 전 부사장과 5개월간의 도피 행각을 벌이다 4월23일 서울 성북구 인근의 한 빌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이 외에도 김 전 회장이 향군상조회를 인수하는 과정에서도 라임운영의 자금이 투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김 전 회장은 향군상조회를 매입했다가 재판매했는데 이 과정에서 상조회의 자금 수백억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향군상조회의 전직 임원도 김 전 회장과 횡령 작업에 공모한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평소 다양한 인물과의 인맥을 자랑해왔는데 이를 이용해 라임사태를 무마하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사건의 여파는 정치권까지 번지게 됐다. 실제 검찰의 수사 결과 김 전 회장이 금융감독원 팀장 출신인 청와대 행정관인 김모씨에게 금품을 주고 라임과 관련된 금감원의 내부 문서를 전달받은 정황이 확인됐다. 김 전 행정관 김 전 회장과 동향 출신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현재 관련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더불어 김 회장은 주변에 라임사태 해결을 위해 ‘친노 인사’에 접촉을 하고 있다고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알려졌는데 해당 인사는 이상호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위원장으로 확인됐다. 이 위원장은 김 전 회장에게 8000여만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역시 재판을 받고 있다.

김 전 회장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기동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금품을 전달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기 의원과 강 전 수석은 모두 이를 부인하고 있다.

지난 16일에는 공개한 옥중 입장문을 통해 정·재계 인사들에게 광범한 로비활동을 해왔다고 털어놨다. 김 전 회장은 자신의 이런 진술에도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그는 이 입장문에서 “검사장 출신 야당 쪽 유력 정치인, 변호사에게 수억원을 지급한 후 실제 이종필 전 라임운용 부사장과 우리은행 행장, 부행장 등에게 로비가 이루어졌고, (검찰) 면담 조사에서 얘기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오직 여당 유력 정치인들만 수사가 진행됐다”고 밝혔다.

또 검사 출신 A변호사와 함께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룸살롱에서 검사 3명에게 1000만원 상당의 술접대를 제공했으며 이 중 검사 1명은 얼마 후 꾸려진 라임 수사팀에 합류했다고도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직접감찰을, 윤석열 검찰총장은 해당 검사 비위 의혹에 대해 신속히 수사하라고 서울남부지검에 지시했다.

김 전 회장은 이번 폭로 배경에 대해 “내가 언론의 묻지마식, 카더라식 토끼몰이 당사자가 되어 검찰의 짜맞추기 수사를 직접 경험해 보면서 대한민국 검찰개혁은 분명히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모든 사실을 알리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은 라임의 ‘전주’ 또는 ‘몸통’이 아니라는 주장도 내놨다. 그는 ”(자신은) 그 어떠한 검찰 조사 및 공소장에도 라임 사태와 관련한 내용도 없다“며 ”실제 라임 사태의 몸통들은 해외 도피하거나 국내 도주 중“이라고 밝혔다.

김 전 회장의 연이은 폭로에 라임사태를 ‘권력형 게이트’로 보고 철저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그가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물타기’ 또는 ‘국면전환’을 시도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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