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시한 정한 전작권 전환, 양국 軍 위태롭게 할수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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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이상기류]文대통령 임기내 전환 ‘시계 제로’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과 회담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서욱 국방부 장관(왼쪽)이 14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오른쪽)과 회담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14일(현지 시간) 한미 국방장관이 주관한 한미안보협의회의(SCM)에서 미국이 전환 조건이 완전히 충족되기 전에는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에 넘길 수 없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2022년 5월) 전작권 전환이 ‘시계 제로’에 빠져들고 있다.

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던 ‘임기 내 전환’을 취임 이후 ‘조기 전환’으로 조정하고 미 측을 설득해 전환 시기를 앞당긴다는 정부 구상에도 ‘급제동’이 걸린 것. 방위비 이견과 미중 간 극한 대치에도 어정쩡한 태도를 견지한 한국에 대한 미국의 쌓였던 불만이 ‘전작권 충돌’로 터져 나왔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미 양국 장관은 회의 모두발언부터 전작권 문제에 대한 이견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전작권 전환의 조건을 조기에 구비해 한국군 주도의 연합 방위체제를 빈틈없이 준비하는 데 함께 노력할 것”이라는 서욱 국방부 장관의 발언 직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한국군 (미래연합사령부) 사령관에게 전작권 전환을 위한 모든 조건을 완전히 충족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응수했다.

당초 한미가 합의한 ‘조건 기반(condition based)’의 전환 방침을 고수할 테니 행여 ‘조건 완화(수정·변경)’ 등으로 전환 시기를 앞당길 생각은 하지 말라고 ‘쐐기’를 박은 것. 회의에 앞서 한미 간 실무협의에서도 우리가 조속한 전작권 전환을 거론하자 미국 측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고 한다. 군 관계자는 “우리 입장을 충분히 전달했다. 좀 더 논의하기로 했고,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밝혀 견해차가 확연했음을 내비쳤다.

회의 직후 존 서플 미 국방부 대변인도 동아일보에 “병력과 국민, 역내 안보를 확보하는 (전작권 전환) 문제는 단순히 연합사령부의 리더십을 교체하는 것 이상으로 복잡하다”면서 ‘특정 시한’을 정해 전작권 전환을 밀어붙이면 양국군과 국민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의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공개 등 한반도 안보상황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한국이 ‘정치적 의도’로 전작권 전환을 서두르는 것은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군 소식통은 “(미국이) 전작권을 설익은 채로 넘길 경우 주한미군과 한국 내 자국민의 안위는 물론이고 동북아 안보 관리에 더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들어갈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미 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늦춰진 미래연합사령부의 검증 일정도 확정하지 못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2단계(완전운용능력·FOC) 검증훈련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현 정부 임기 내 전환의 불씨를 살리려면 내년에 2·3단계(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모두 마쳐야 한다. 이 때문에 SCM 전날 화상회의로 진행된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원인철 합참의장(공군 대장)은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육군 대장)에게 내년 상반기 FOC 실시를 제의했고, 이를 SCM에 보고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미국 측은 상황을 두고 보자면서 확답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군 관계자는 “‘임기 내 전환’ 같은 시기 기반의 전작권 전환의 여지를 두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에스퍼 장관은 주한미군의 훈련이 차질을 빚는 상황에 대한 불만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격훈련장의 폐쇄와 민간 시위로 인한 훈련장 부족 문제로 제병협동훈련, 항공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에이브럼스 사령관의 보고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 측은 9·19 남북군사합의로 훈련장 사용이 제약을 받는 측면이 있다면서 우리 측과 관련 입장에 차이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공동성명에서 ‘한반도에서의 평화 구축에 기여했다’와 같은 9·19 합의의 긍정적 평가가 포함된 내용의 주어 대부분이 ‘서 장관’으로 표기된 것이 그런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분석이다.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신규진 기자 /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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