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빼고 종이로 포장… 환경 지키기 나선 농가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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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쉽게 띠지-낱개포장 안하고 가공식품업계도 선물세트 변화
뚜껑-비닐 없는 제품으로 채워

스티로폼 대신 종이로 만든 난좌. 과일을 담기 위해 오목한 모양으로 성형한 난좌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대표적인 일회용품이다. 자연애플 농장 제공
스티로폼 대신 종이로 만든 난좌. 과일을 담기 위해 오목한 모양으로 성형한 난좌는 한 번 쓰고 버려지는 대표적인 일회용품이다. 자연애플 농장 제공
플라스틱 포장재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이를 줄이려는 생산자들도 조금씩 생기고 있다. 스티로폼 포장재를 종이로 바꾸거나 플라스틱이 없어도 되도록 포장 구조를 변경하는 등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 이들은 “생산자의 노력과 소비자의 호응이 맞물린다면 플라스틱을 줄이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 강조한다.

경남 함양군에 있는 자연애플 농장 마용운 대표는 8월 20일 페이스북에 “기후 위기와 플라스틱 오염시대를 사는 가운데 지구가 조금이라도 덜 아프도록 이제부터 택배로 보내는 사과상자에 스티로폼 난좌(계란 과일 등을 담을 수 있게 오목한 모양으로 성형된 받침대)와 완충재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이를 위해 마 대표는 스티로폼 난좌를 종이로 바꿨다.

종이 난좌를 구하고 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 대표는 수개월간 수소문한 끝에 전북 김제시에 있는 종이 난좌 생산업체를 찾아 장당 250원을 주고 종이 난좌 5000장을 샀다. 스티로폼 난좌는 장당 90원이고, 농협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과정부터 쉽지 않다. 종이 난좌가 스티로폼 난좌보다 덜 푹신한 탓에 사과가 상하는 경우도 있다. 단골손님이 “낙과를 보낸 것 아니냐”고 연락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이 난좌를 계속 쓸 계획이다. 마 대표는 “플라스틱 대체재 사용이 늘어나면 경제성과 성능도 더 나아질 것”이라 말했다.

경북 청송군에서 사과와 복숭아를 재배하는 산중농원 이호종 대표도 과일을 포장할 때 고급스럽게 보이기 위해 흔히 사용하는 띠지와 낱개 포장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소비자에게 보내는 택배 상자에 ‘환경을 위해 띠지, 낱개 포장을 하지 않습니다’란 안내 문구를 넣는다. 이 대표는 “자연에서 나온 작물을 다루다 보면 환경 문제에 신경을 안 쓸 수 없다”며 “쓰레기 처리에 골머리를 앓느니 애초에 불필요한 포장재는 안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가공 식품에서도 플라스틱을 줄이려는 시도가 생기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올 추석부터 노란 플라스틱 뚜껑을 뺀 ‘스팸’ 선물세트를 도입했다. 햄 캔이 찌그러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 씌우는 플라스틱 뚜껑은 내용물의 품질과 관련이 없고, 다른 나라에서는 사용하지 않는다. 제일제당 측은 “앞으로도 제품 안정성을 고려하면서 일반 소매점에서도 뚜껑 없는 스팸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동원F&B는 최근 김을 담는 플라스틱 용기를 뺀 ‘양반김 에코패키지’를 출시했다. 부피가 줄어들면서 제품에 사용되는 비닐 양까지 줄었다. 비닐 포장을 뜯으면서 생길 수 있는 제품 파손에 대비해 ‘레이저 커팅 필름’을 도입해 비닐이 쉽게 뜯어지도록 했다.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플라스틱 포장재#종이 포장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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