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널리스트의 마켓뷰]위기 때 더 빛나는 ‘100년 브랜드의 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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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에 글로벌 소비 시장이 크게 침체됐다. 한국뿐 아니라 미주나 유럽 지역은 특히 2분기(4∼6월)에 극도의 소비 부진을 경험했다. 코로나19 영향이 극심했던 4월 미주와 유럽 지역의 의류 소비는 지난해 동기 대비 약 70% 줄었고, 여전히 작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소비재 업체의 대부분은 최근 주가가 전 고점 수준을 회복했다. 비결이 뭘까.

130세. 글로벌 브랜드인 루이뷔통, 샤넬, 코카콜라, 로레알의 평균 ‘나이’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재 시장의 화두는 분명 온라인 및 디지털화이다. 하지만 주목할 점은 그럼에도 먹고, 마시고, 입고, 바르는 소비재만큼은 100년 이상 된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충성도가 여전히 높다는 점이다.

최근엔 나이키 실적이 화제였다. 코로나 영향이 온전히 가시지 않았는데도 작년보다 이익이 증가했다. 특히 눈에 띈 것은 지난해에 비해 83% 늘어난 e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이다. 전체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소폭 줄었지만, e커머스 사업의 높은 수익성 덕분에 이익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런 사례는 소비 패턴이 디지털화되더라도, 결국 소비되는 브랜드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온라인 및 디지털 채널을 기반으로 새롭게 등장한 브랜드들도 있지만, ‘브랜드력’이 높은 브랜드들은 채널 전환을 순조롭게 이뤄내고 인기가 지속되곤 한다.

높은 브랜드력을 보유한 기업들은 동일한 기능의 제품으로 몇 배의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명품 브랜드 에르메스의 영업이익률은 30%를 웃돈다. 글로벌 브랜드는 기존 시장에서도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할 뿐 아니라 경제 규모가 성장하는 신흥 시장에서도 주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글로벌 브랜드들은 막대한 자금력으로 마케팅뿐 아니라 인수합병(M&A) 활동도 활발하게 하면서 글로벌 존재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로레알은 로레알 브랜드를 뺀 랑콤 등 나머지 브랜드를 M&A를 통해 확보했다. 루이뷔통으로 유명한 LVMH나 세계 최대 음식료품 회사인 네슬레 또한 마찬가지다.

100년 이상 지속된 브랜드들은 향후 100년 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브랜드인 데다 투자가들에게도 배당, 자사주 매입 등의 형태로 꾸준히 주주 환원 정책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글로벌 대표 소비재 기업인 P&G는 130년 동안 배당을 지급했고 64년간 매년 배당을 늘려왔다.

이른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BBIG(바이오 배터리 인터넷 게임)에 열광하는 시기지만 100년 브랜드에 투자하는 전략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나은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100년 브랜드#재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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