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선거 유세 올스톱 ‘악재’… 지지층 결집 계기될 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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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확진]한달앞 다가온 美대선 시계제로

트럼프, 헬기타고 軍병원으로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전용 헬기 ‘마린원’에서 내리고 있다. 그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베세즈다=AP 뉴시스
트럼프, 헬기타고 軍병원으로 마스크를 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 시간) 워싱턴 인근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 병원에 입원하기 위해 전용 헬기 ‘마린원’에서 내리고 있다. 그는 이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베세즈다=AP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음으로써 대선을 한 달 앞둔 결정적인 시기에 유세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대규모 유세를 통해 ‘바람’을 일으키려던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대형 악재다. 반면 이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층이 결집할 가능성이 있고,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경우 ‘강한 지도자’ 이미지를 각인하면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전국 단위 지지율은 물론 주요 경합주의 지지율도 경쟁자인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후보에게 밀리고 있다. 그는 대규모 오프라인 유세를 강행하며 개인기로 선거운동을 끌고 오다시피 했다. 그런 그가 코로나 치료·격리로 발이 묶이는 상황은 초대형 악재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국적으로 우편투표가 이미 시작된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확진 판정을 받고 2일(현지 시간) 저녁 월터 리드 군 병원으로 옮기면서 이날 플로리다주 샌퍼드의 유세 등 예정됐던 일정을 줄줄이 취소했다. 트럼프 캠프는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영부인을 비롯해 대통령 가족과 관련되는 선거운동 행사도 일시 연기되며 다른 행사의 연기 여부 역시 사례별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달 15일 예정된 제2차 TV토론을 예정대로 진행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바이든, 선거자금 모금 행사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극장에 도착했다.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TV토론을 벌인 바이든 후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윌밍턴=AP 뉴시스
바이든, 선거자금 모금 행사 미국 민주당의 대선후보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3일(현지 시간) 선거자금 모금을 위해 델라웨어주 윌밍턴의 한 극장에 도착했다. 지난달 2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첫 TV토론을 벌인 바이든 후보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지만 음성 판정을 받았다. 윌밍턴=AP 뉴시스
재선 전략에 깊이 개입해온 백악관 및 캠프의 핵심 참모들이 줄줄이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또 다른 타격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호프 힉스 백악관 선임보좌관에 이어 빌 스테피언 선거대책본부장과 켈리앤 콘웨이 전 백악관 고문,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주 주지사, 닉 루나 백악관 보좌관 등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양성 판정으로 가뜩이나 불안한 미국의 경제활동 재개도 다시 주춤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코로나19 대응 실패론을 부각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지난달 29일 첫 TV토론에서 잦은 끼어들기와 말 끊기, 토론규칙 무시 등으로 ‘사상 최악의 토론’이라는 혹평을 받은 것도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미 선거분석 사이트 리얼클리어폴리틱스(RCP)의 집계에 따르면 3일 현재 전국 지지율은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7.8%포인트 차로 앞서 TV토론일인 지난달 29일 6.1%포인트 차에서 격차가 더 벌어졌다.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플로리다주의 경우 3일 발표된 뉴욕타임스-시에나대 공동조사에서 바이든 후보가 47%로 5%포인트 앞섰다.

바이든 후보는 TV토론 이후 코로나 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옴에 따라 2일 예정대로 미시간주 그랜드래피즈 유세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빨리 회복하기를 기도한다”고 했지만 곧이어 “애국자가 돼라. 마스크를 쓰는 것은 터프가이가 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이라며 간접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

바이든 후보는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에 신경을 쓰면서 오프라인 유세를 최소화해왔다. 이 때문에 트럼프 캠프 측에서 ‘코로나19가 무서워 지하실에 숨어 있다’는 식의 조롱을 받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은 결과적으로 바이든 후보가 옳았다는 점을 증명하는 동시에 신중함과 원칙론을 부각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다만 바이든 캠프와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과 관련해 대외적으로 아무런 언급도 하지 말라는 함구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캠프 측은 ‘그것 봐라, 그럴 줄 알았다’는 식의 반응이나 비아냥거림은 자칫 보수층을 자극해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의 확진 판정에 위기의식을 느낀 트럼프 지지층들이 막판에 결집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투병하는 과정에서 동정표를 모은 뒤 백악관에 복귀해 ‘코로나19를 이겨낸 강한 지도자’로 큰소리치며 지지율을 끌어올릴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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