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성 “동료 모두 빛나게 하는 ‘코트의 지휘자’ 되겠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0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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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오리온 포인트가드 이대성의 정규리그 각오

▲자유계약선수(FA)로 오리온으로 이적한 가드 이대성이 지난달 27일 열린 SK와의 KBL 컵대회 결승전에서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적한 뒤 첫 무대였던 컵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이대성은 9일 개막하는 정규리그에서 상대의 견제를 즐기면서 동료들을 살리는 ‘토털 바스켓’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KBL 제공
▲자유계약선수(FA)로 오리온으로 이적한 가드 이대성이 지난달 27일 열린 SK와의 KBL 컵대회 결승전에서 공격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적한 뒤 첫 무대였던 컵대회에서 팀을 우승으로 이끈 이대성은 9일 개막하는 정규리그에서 상대의 견제를 즐기면서 동료들을 살리는 ‘토털 바스켓’의 진수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KBL 제공
“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처럼 코트에서 5명 모두를 빛나게 하는 그림을 그릴 겁니다.”

프로농구 오리온 포인트 가드 이대성(30·190cm)은 9일 개막하는 2020∼2021시즌 정규리그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KCC를 거쳐 이번 시즌 오리온에 둥지를 튼 이대성은 지난달 끝난 KBL(한국농구연맹) 컵대회에서 지난 시즌 최하위 오리온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화끈하게 이적 신고식을 마쳤다. 눈앞으로 다가온 정규리그에선 한 차원 더 성숙해진 리딩을 통해 달라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각오다.

3일 팀 연고지인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이대성은 컵대회를 통해 자신의 볼 핸들링 기술, 패스 시야와 가드로서는 높은 신장의 우위를 통해 동료를 살리는 농구에 자신감과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내가 오래 공을 소유하고 2 대 2 플레이를 즐겨 하는 건 내가 승부처에서 득점을 하려는 게 아니고 상대의 균열을 만드는 시작점이 되려는 것이다. 이런 농구를 하는 게 꿈이고, 이기는 농구라고 생각해 왔다. (최)진수 형이나 (허)일영이 형, (이)승현이 등 팀 내 국가대표급 포워드들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어디서든 골이 터지는 리딩을 할 것이다.”

그동안 이대성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공을 너무 오래 끈다’, ‘혼자만 농구 한다’는 식의 질타를 수없이 받았다. 그래서 KCC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오리온에 이적한 뒤로도 과연 이대성과 팀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우려도 적잖았다.

그런 상황에서 신임 강을준 오리온 감독이 이대성의 큰 조력자가 됐다. 이대성은 “감독님이 처음 만나 ‘갑옷’ 얘기를 하셨다. ‘경기 중 실수에 대해 본인이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질타를 과하게 받고 있고, 압박감과 부담을 크게 안고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기존 사람들이 보는 방식이 아니라 색안경 없이 이대성을 보겠다며 몇 가지 약속을 해주셨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강 감독의 열린 마인드가 이대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대성은 “경기에서 실수가 나와도 다른 말 없이 ‘이건 알지?’라고만 하신다. 공격에 대해서는 ‘쪽팔리게 하지는 말자’라는 농담으로 격려해주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컵대회 상무전이 끝나고는 감독님이 실수에 대해 ‘너의 농구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주변 농구인들이 이대성을 지적하는 것도 경청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라고 돌려 말해주셨다. 어린 시절 농구를 하면서 항상 ‘잘못됐다. 틀렸다’는 얘기만 들어왔는데 저를 ‘이분법적’으로 봐주시지 않은 것 자체만으로도 힘을 얻고 있고 팀을 위해 책임감이 더 생긴다”고 전했다.

컵대회 우승 후 강 감독이 “이대성이 무거운 갑옷을 벗었다”고 말한 대로 이대성은 압박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정규리그 개막 준비를 마쳤다.

이대성은 “이렇게 되려고 지금까지 참 많이 힘들었다는 생각이 든다”며 웃었다.

고양=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오리온#이대성#르브론 제임스#강을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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