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브론 제임스(LA 레이커스)처럼 코트에서 5명 모두를 빛나게 하는 그림을 그릴 겁니다.”
프로농구 오리온 포인트 가드 이대성(30·190cm)은 9일 개막하는 2020∼2021시즌 정규리그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KCC를 거쳐 이번 시즌 오리온에 둥지를 튼 이대성은 지난달 끝난 KBL(한국농구연맹) 컵대회에서 지난 시즌 최하위 오리온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혀 화끈하게 이적 신고식을 마쳤다. 눈앞으로 다가온 정규리그에선 한 차원 더 성숙해진 리딩을 통해 달라진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각오다.
3일 팀 연고지인 경기 고양체육관에서 만난 이대성은 컵대회를 통해 자신의 볼 핸들링 기술, 패스 시야와 가드로서는 높은 신장의 우위를 통해 동료를 살리는 농구에 자신감과 확신을 얻었다고 했다. “내가 오래 공을 소유하고 2 대 2 플레이를 즐겨 하는 건 내가 승부처에서 득점을 하려는 게 아니고 상대의 균열을 만드는 시작점이 되려는 것이다. 이런 농구를 하는 게 꿈이고, 이기는 농구라고 생각해 왔다. (최)진수 형이나 (허)일영이 형, (이)승현이 등 팀 내 국가대표급 포워드들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어디서든 골이 터지는 리딩을 할 것이다.”
그동안 이대성의 플레이에 대해서는 호불호가 크게 갈렸다. ‘공을 너무 오래 끈다’, ‘혼자만 농구 한다’는 식의 질타를 수없이 받았다. 그래서 KCC에서 자유계약선수(FA)로 오리온에 이적한 뒤로도 과연 이대성과 팀이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 우려도 적잖았다.
그런 상황에서 신임 강을준 오리온 감독이 이대성의 큰 조력자가 됐다. 이대성은 “감독님이 처음 만나 ‘갑옷’ 얘기를 하셨다. ‘경기 중 실수에 대해 본인이 너무 잘 알고 있는데 질타를 과하게 받고 있고, 압박감과 부담을 크게 안고 있는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면서 기존 사람들이 보는 방식이 아니라 색안경 없이 이대성을 보겠다며 몇 가지 약속을 해주셨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털어놨다.
강 감독의 열린 마인드가 이대성과 잘 맞아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대성은 “경기에서 실수가 나와도 다른 말 없이 ‘이건 알지?’라고만 하신다. 공격에 대해서는 ‘쪽팔리게 하지는 말자’라는 농담으로 격려해주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컵대회 상무전이 끝나고는 감독님이 실수에 대해 ‘너의 농구가 틀렸다는 게 아니라 주변 농구인들이 이대성을 지적하는 것도 경청해 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라고 돌려 말해주셨다. 어린 시절 농구를 하면서 항상 ‘잘못됐다. 틀렸다’는 얘기만 들어왔는데 저를 ‘이분법적’으로 봐주시지 않은 것 자체만으로도 힘을 얻고 있고 팀을 위해 책임감이 더 생긴다”고 전했다.
컵대회 우승 후 강 감독이 “이대성이 무거운 갑옷을 벗었다”고 말한 대로 이대성은 압박감에서 벗어나 홀가분하게 정규리그 개막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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