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런式 시간여행… 어렵지만 웅장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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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봉 앞둔 ‘테넷’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에서 미술품 보관소 프리포트에 들어온 닐(로버트 패틴슨·오른쪽)과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가운데). 두 사람은 시간을 역전시키는 인버전을 이용해 세계를 파멸시키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에 맞서 싸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테넷’에서 미술품 보관소 프리포트에 들어온 닐(로버트 패틴슨·오른쪽)과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가운데). 두 사람은 시간을 역전시키는 인버전을 이용해 세계를 파멸시키려는 사토르(케네스 브래너)에 맞서 싸운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이해하려 하지 말고 느껴라(Don‘t try to understand it. Feel it).”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11번째 영화 ‘테넷(Tenet)’에서 시간을 역행하는 물리학 개념인 인버전(inversion·도치)이 어떻게 실현 가능한지 묻는 주인공 프로타고니스트(존 데이비드 워싱턴)에게 과학자 로라는 이렇게 말한다. 인버티드(inverted·인버전이 적용된 상태)된 총알이 시간을 거슬러 총알을 떨어뜨린 자신의 손으로 되돌아온 것을 경험한 프로타고니스트. 사물이 인버티드되는 원리를 파고들수록 혼란에 빠지던 그는 손에 총알이 잡힌 그 느낌을 기억하고는 깨달음을 얻은 듯한 표정으로 말한다. “직감이군요(Instinct).”

그 말처럼 테넷은 이해하려 들기보다 보이고 들리는 대로 느껴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러닝타임 150분간 쏟아지는 인버전, 엔트로피 같은 개념들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다. 워싱턴조차 시나리오를 읽다가 처음부터 다시 읽기를 반복해 완독하는 데 4시간이 걸렸다고 밝혔을 정도다.

영화 ‘테넷’ 속 우크라이나의 오페라하우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테러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영화 ‘테넷’ 속 우크라이나의 오페라하우스에서 벌어진 대규모 테러 장면.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테넷은 세상을 파괴하려는 ‘미치광이’ 사토르(케네스 브래너)가 초래할 제3차 세계대전을 막기 위해 프로타고니스트와 닐(로버트 패틴슨)이 인버전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사토르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를 다룬다. 26일 정식 개봉에 앞서 22, 23일 유료 시사를 통해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베일을 벗은 이 영화를 두고 벌써부터 놀런 감독의 팬들은 다양한 해석을 쏟아내고 있다.

공통된 의견은 ‘어렵다’이다. 놀런 감독은 ‘메멘토’ ‘인셉션’ ‘덩케르크’ ‘인터스텔라’ 등에서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시간에 천착했다. 이전 영화들이 특정 시점으로의 시간여행이었다면 테넷은 인버전에 따른 시간의 역행과 순행이 교차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다만 인버전에 대한 설명도 몇 마디 대사로 대체할 뿐인 데다 인버전을 거친 시간과 거치지 않은 시간이 뒤섞여 나오면서 이해의 끈을 놓치기 쉽다. 프로타고니스트와 닐이 인버전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서 동시에 협공하는 후반부 액션신도 자칫 의미 없게 느껴질 수 있다.

기존 작품에 비해 인물의 심리묘사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점도 아쉬움으로 꼽힌다. 인셉션과 인터스텔라에서는 아내와 자녀들에 대한 주인공들의 애틋함을 초반부에 표현해 그들이 수행하는 미션의 당위성에 관객이 공감했다. 하지만 테넷에서는 목숨을 걸고 시간을 역행하는 주인공들의 사명감과 절박함에 대한 묘사는 생략되고 이들이 그저 앞으로 내달리는 상황만 지속돼 관객이 공감할 대목이 많지 않을 수 있다.

스펙터클은 손색이 없다. 화려한 액션과 차량 추격은 물론이고 주요 장면마다 등장하는 저음의 전자음은 쉴 새 없이 눈과 귀를 자극한다. 특히 보잉747 비행기가 공항 격납고와 충돌해 폭발하는 장면은 컴퓨터그래픽이 아니라 실제 화약을 사용해 구현했다.

‘놀런 감독의 영화는 어설픈 액션신이 옥에 티’라는 비판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식축구 선수 출신으로 뛰어난 운동신경을 보여주는 워싱턴의 활약에 액션신의 완성도가 높아졌다. 프리포트라는 곳의 예술품보관소에서 벌어지는 1 대 1 격투, 후반부 인버전을 거친 프로타고니스트가 필름을 되감은 것처럼 모든 동작을 거꾸로 펼치는 액션 등은 매혹적이다.

테넷의 제작비는 약 2억 달러(약 2379억 원). 놀런 감독의 영화로는 ‘다크나이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들었다.

김재희 기자 jetti@donga.com
#크리스토퍼 놀런#테넷#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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