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위, ‘MBC 보도’ 5일전 채널A 재승인 보류… 과정 석연찮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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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석-최강욱 “작전 들어간다” 이후 재승인 보류, MBC보도 이어져
‘공정성’ 등 과락기준 넘겼지만 심사 끝난지 한달뒤에야 의결
정치적 목적 작용했을 가능성… 방통위 “사실 아니다” 부인
한상혁, MBC보도 직후 권경애에 ‘한동훈 축출’ 거론 여부 논란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3월 26일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과락 없이 기준 점수를 넘은 채널A의 재승인을 의결하지 않았다. 5일 뒤 MBC는 채널A 관련 의혹을 보도했고, 방통위는 추가 심사를 한 뒤 4월 20일 채널A 재승인을 의결했다. 사진은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3월 26일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에서 과락 없이 기준 점수를 넘은 채널A의 재승인을 의결하지 않았다. 5일 뒤 MBC는 채널A 관련 의혹을 보도했고, 방통위는 추가 심사를 한 뒤 4월 20일 채널A 재승인을 의결했다. 사진은 방통위 전체회의 모습. 뉴시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해 3월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방송 사업허가 재승인 의결을 석연치 않은 이유로 보류했다. 당시 방통위 주변에서는 채널A가 과락 없이 재승인 기준 점수를 초과 달성했음에도 재승인이 보류된 건 정치적 목적 등에 따른 배경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런데 재승인 보류 5일 뒤 MBC가 ‘채널A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을 보도했다. 그리고 보도 직후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권경애 변호사와 통화하며 이 사건에 엮인 한동훈 검사장을 쫓아내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고 권 변호사가 6일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쫓아내야 한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에 방통위 측이 MBC의 ‘채널A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 취재 정황을 알고 채널A 재승인을 보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대해 방통위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한 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MBC 보도는 사전에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 석연치 않은 채널A 재승인 보류

채널A는 올해 3월 16일부터 20일까지 종편 TV조선과 보도채널 YTN, 연합뉴스TV와 함께 재승인 심사를 받았다. 그 결과 채널A는 1000점 만점 중 662.95점을 받아 기준점 650점을 넘었다. 함께 심사를 받은 언론사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였다.

하지만 방통위는 3월 26일 YTN, 연합뉴스TV의 재승인을 의결하면서 채널A 재승인 의결은 하지 않았다. ‘650점 이상 사업자에 대해서는 재승인 의결을 한다’고 규정된 방통위의 ‘방송사업자 재승인 사전 기본계획’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당시 TV조선도 재승인 의결이 보류됐지만 채널A와 사정이 달랐다. TV조선은 방송의 공적책임·공정성 항목에서 과락이 됐다. 규정상 추가 심사가 필요했기 때문에 의결을 하지 않은 것이다.


방통위는 당시 보도자료를 통해 채널A의 공적책임·공정성을 위한 계획을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채널A는 공적책임·공정성 등의 분야에서 109.6점을 받아 과락 기준인 105점을 넘었다. 또 방통위는 추가 심사 후 ‘재승인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가 다음 날 채널A는 청문 대상이 아니며 ‘추후 재승인을 결정할 예정’이라고 일부 설명을 변경했다.

방통위가 채널A의 재승인 보류를 결정한 3월 26일은 채널A 이모 전 기자에게 접근했던 이른바 ‘제보자 X’ 지모 씨가 이 전 기자와 연락을 끊은 지 3일이 지난 시점이다. 지 씨는 MBC에 채널A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을 처음 제보했다.

앞서 3월 22일 오후 5시경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같은 당 최강욱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과 “이제 둘이서 작전에 들어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황 최고위원은 한때 지 씨의 변호인이었다. 지 씨는 약 30분 뒤 이 게시물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유하면서 “부숴봅시다! 윤석렬 개검들!!”이라고 썼다.

○ 방통위, 채널A 재승인 의결 한 차례 더 미뤄

3월 31일 MBC가 채널A 신라젠 취재 의혹을 보도한 직후 한 위원장은 권 변호사와 통화를 했다. 권 변호사는 이 통화에서 한 위원장이 “윤석열이랑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 “윤석열도 똑같다. 나쁜 놈이다. 한동훈은 진짜 아주 나쁜 놈이다. 쫓아내야 돼”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한 위원장은 “한동훈 검사장의 이야기를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쫓아내야 한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윤 총장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에 당시 MBC가 한 검사장의 실명을 언급하지 않고 ‘A 검사장’으로 보도했기 때문에 방통위 측이 MBC의 채널A 신라젠 취재 의혹 사건 취재 내용을 미리 알고 있었을 수 있다는 의혹이 번지고 있다. MBC 보도 전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MBC의 채널A 관련 취재 사실이 공유됐었기 때문에 방통위에도 MBC 보도 전 그 사실이 알려졌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위원장은 “(MBC 보도 후에) 그게 한 검사장이란 건 다 알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방통위는 4월 17일 전체회의를 열어 채널A 재승인을 의결할 예정이었으나 한 상임위원이 회의 참석이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재승인 의결을 또 미뤘다. 그리고 4월 20일 재승인을 의결했다. 재승인 심사를 마친 뒤 한 달이 지난 시점이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방통위#채널a 재승인 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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