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강화도 앞 월북 까맣게 모른 軍, 성폭행 혐의자 방치한 경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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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월북 사실을 공개한 탈북민이 강화도 일대에서 출발해 북으로 헤엄쳐 넘어간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동참모본부가 어제 밝혔다. 군의 최종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보면 성폭행 혐의로 처벌될 상황에 놓인 탈북민이 3년 전 자신이 헤엄쳐 월남한 교동도 인근 강화도에서 한강 하류를 통해 북으로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약 40km 떨어진 강화도 일대는 군사분계선을 사이에 두고 북한과의 최단거리가 1.3∼2.5km밖에 되지 않아 과거 북한 간첩이 자주 넘어오던 곳이다. 해병대가 첨단 감시카메라와 감지센서 등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24시간 감시하는 것도 대북 대비태세에서 차지하는 중대성 때문이다. 그런데 북한이 공개하기 전까지 군 당국은 월북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일반인인 탈북민이 제 집 드나들 듯 월남과 월북을 반복할 정도라면 북한 공작원들은 더욱 손쉽게 침투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된다.

탈북민 성폭행 수사를 하던 경찰은 월북 가능성 신고를 묵살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은 월북 가능성 얘기는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지만 탈북민의 지인은 경찰서를 찾아가 “월북할 것 같다”고 여러 차례 신고했다고 주장한다. 더구나 경찰은 이달 4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으로부터 성폭행 물증인 DNA 검출 결과를 통보받고서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평소 담당 경찰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전화 통화나 대면을 하면 되는 ‘다’급 탈북민이었다 하더라도 성폭행 물증에 사전답사까지 다닌 특이 행적이 있었다면 더 치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마땅했다. 안보도 치안도 모두 나사 풀린 상태가 아니라면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없다. 국가안보를 책임진 군과 경찰까지 제 할 일을 방기하며 느슨해진 것 아닌가.
#탈북민 월북#탈북민 성폭행 수사#국가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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