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전기차, 지금은 ‘친환경차’라 부를 수 없는 이유[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김도형 기자 입력 2020-07-25 16:00수정 2020-07-25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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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차와 차 업계를 이야기하는 [김도형 기자의 휴일차(車)담], 열번째 편인 오늘의 주제는 수소전기차입니다. 흔히 수소차로 부르는 ‘넥쏘’ 등은 길게 부르면 수소연료전기차인데요. 수소를 연료로 전기를 만들어서 운행하기 때문입니다.

이 수소차에서는 수소와 산소를 화학 반응시켜서 전기를 만들어내는 ‘연료전지’가 엔진과 같은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수소와 산소가 만나면서 만들어내는 것은 전기와 물, 그리고 약간의 열 뿐입니다. 이산화탄소와 미세먼지 같은 공해 물질은 전혀 배출하지 않습니다.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키기 위해 공기를 빨아들이는 과정에서 공기필터를 활용하면 오히려 공기를 정화하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수소차. 이번 정부가 ‘수소경제 로드맵’을 내놓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이런 수소차 홍보대사를 자처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밝은 면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수소차는 수소가 가진 한계 때문에 친환경차 시대를 주름 잡는 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차입니다. 어떤 한계와 전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간단하게 얘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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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의 수소차 ‘넥쏘’. 현대자동차 제공

● 친환경적이지 않은 수소 생산

단순하게 정리하면, 적어도 현재의 한국에서 수소차는 친환경차가 아닙니다. 이유는 바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수소는 석유나 천연가스처럼 자연에서 그냥 채취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닙니다. 지금 한국에서 수소를 생산하는 방식은 크게 2가지 방식입니다. 부생수소와 개질수소가 그것인데요.

부생수소는 “부가적으로 생성된다”는 말뜻처럼 제철소와 석유화학공장 등에서 ‘딱히 원하지 않아도’ 만들어지는 수소입니다.

부가적으로 얻어지는 수소이지만 이 수소는 수소차가 아니어도 이미 쓰일 곳이 있는 유용한 기체였는데요. 제철소의 경우 부생수소를 태워서 전기를 만들어 사용해 오기도 했습니다. 또 수소는 석유화학공정에서 ‘황’을 제거(탈황)하는 데도 중요하게 쓰입니다. 석유화학 업종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여기에 쓰이는 수소의 양이 상당한데요.

그래서 수소를 따로 만들어서 쓰기도 합니다. 바로 ‘개질수소’입니다. 화학식으로 뜯어보면 ‘H’를 많이 가지고 있는 천연가스나 석유가스 등을 고온·고압의 수증기로 처리해서 수소를 분리해 내는 방식으로 생산합니다.

국내 최대의 수소생산 업체로 꼽히는 ‘덕양’이 울산에서 개질수소를 생산하는 공장의 모습.

세계적으로 다양한 수소 생산 방식이 연구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현실화된 수소 생산은 대체로 이 두 방식을 벗어나지 못합니다. 부생수소이든 개질수소이든 결국 화석연료를 바탕으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공기 중에 다량 포함돼 있는 질소나 산소와는 달리 수소는 그냥 ‘채집’할 수가 없다는 점을 다시 상기해 보면 어쩔 수 없는 한계입니다. 호주에서 하고 있는 갈탄을 이용한 수소 생산 역시 기본적으로는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수소 생산 방식입니다.

이러니 자연스레, 수소차는 아직 친환경차라고 말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수소차에서 아무런 공해물질을 배출하지 않더라도, 수소를 만드는데 화석연료를 이용해야 한다면 어떻게 친환경차일 수 있겠느냐는 것이지요.

현재 단계에서 보면 수소차는 전기차보다도 ‘덜 친환경적’이라고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신재생 발전 혹은 원자력 발전으로 만들어진 전기로 충전하는 전기차라면 지금도 어느 정도 친환경적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만 수소차는 그럴 여지도 없는 것이지요.

● 운송·충전에서도 상당한 에너지 소모

현재 수소차의 약점은 또 있습니다. 수소 운송이 어렵습니다. 수소는 녹는점이 영하 259.2도입니다. 영하 180도가량의 녹는점을 가진 천연가스·석유가스 등에 비해 훨씬 더 낮은 온도입니다.

그래서 수소 액화하지 못한 기체 상태로 운송합니다. 압력을 가해서 부피를 줄이지만 액화하는 것에 비하면 훨씬 부피가 큽니다. 같은 양을 운송하려고 해도 훨씬 더 많이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셈입니다.

탈황 작업에 막대한 수소를 소모하는 석유화학 공장에서는 고정된 파이프를 이용해 안정적으로 수소를 공급받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소차 충전에 쓰이는 정도의 수소는 대체로 ‘튜브 트레일러’ 형태로 운송됩니다. 운송에도 적지 않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셈입니다.

수소를 압축 기체 상태로 운송할 수 있는 ‘튜브 트레일러’의 모습.

수소차는 충전할 때도 상당한 에너지 소모가 필요합니다. 이 역시 수소를 기체 상태로 이용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기체 상태의 수소는 휘발유처럼 호스를 꽂고 탱크를 채워 넣는 식으로 충전할 수가 없습니다. 충전소에 있는 수소탱크의 압력을 높이고 이 탱크를 수소차의 수소탱크와 연결해서 압력 차이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충전이 되는 방식을 씁니다. 충전소 수소탱크의 압력을 높이는데도 상당한 양의 전기가 쓰일 수밖에 없습니다.

충전소에서 수소버스를 한 대 충전하고 나면 짧게는 수십 분, 길게는 1시간 이상 기다려야 다음 차를 충전할 수 있다는 이유가 바로 이런 점 때문입니다.

이런 운송·충전 방식의 한계는 수소차가 울산 등을 중심으로 초반 보급된 것과도 무관치 않습니다. 울산은 석유화학 공단이 자리 잡고 있어서 수소가 충분히 생산되고 운송도 비교적 쉽게 할 수 있는 지역입니다.

반대로 서울과 같은 대도시는 수소를 공급하고 충전하는 측면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튜브 트레일러’를 넣어야 하는 수소 충전소는 상당한 부지를 필요로 하는데 서울처럼 땅값이 높고 도로 여건이 불편한 곳은 현재로서는 수소차 보급에 훨씬 불리합니다.

수소 충전기

수소 충전기

● ‘그레이 수소’에서 ‘그린 수소’로 건너가야 친환경

만드는 데도 에너지, 운송하는 데도 에너지, 충전하는 데도 에너지… 사실 이 ‘에너지’라는 것이 화석연료 아니면 원자력 등이 그 뿌리인 경우가 많은데 왜 굳이 수소를 써야 하는건가, 라는 의문도 생깁니다.

하지만 수소차는 ‘궁극의 친환경차’로서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수소차 시대의 도래는 사실 ‘에너지 대전환’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수소차 기술이 발전해서 가능한 일은 아니고 수소 자체가 에너지 시장 전반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때 비로소 수소차도 진정한 친환경차로 거듭날 수 있다는 시각입니다.

말씀드린 것처럼 수소는 어디서 채취하는 에너지원이 아닙니다. 다른 에너지를 ‘수소’로 전환해서 사용한다는 점에 어느 정도의 답이 숨어 있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이렇습니다. 망망대해에서 태양광 혹은 풍력으로 많은 양의 ‘친환경’ 전기를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전기의 일부는 도시로 송전해서 즉시 소비할 수 있겠지만 소비하지 못한 전기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남는 전기로 물을 전기분해해서 수소로 만들어서 저장합니다. 저장이 어려운 전기 에너지의 한계를 수소로의 전환을 통해 극복하는 아이디어입니다. 수소가 일종의 에너지 저장수단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친환경적으로 생산된 수소가 바로 ‘그린 수소’입니다. 말 그대로의 친환경 수소입니다. 그리고 부생수소나 개질수소는 이른바 ‘그레이 수소’입니다.

수소 관련 업계에서는 ‘그레이 수소’ 중심의 수소 생태계가 ‘그린 수소’ 중심으로 바뀌어야 진정한 친환경 수소 시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물론, 순식간에 이런 변화를 만들어 내기는 힘들기 때문에 ‘그레이 수소’를 충분히 잘 활용해보는 것이 먼저이겠지요.

이를 위해 우선은 갈탄 등으로 수소를 대량으로 생산하고 국제적으로 거래가 되는 ‘상품’으로 만드는 것이 수소 사회로 가는 첫 걸음일 수 있습니다.

지난 14일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대회에서 현대자동차의 수소트럭을 설명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 안전성·신뢰도 쌓으며 ‘친환경차 대격전’의 한 축으로

2013년에 현대자동차는 투싼 수소차를 양산하면서 수소차를 첫 양산한 글로벌 브랜드로 도장을 찍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그 이후로 수소차는 비교적 순항하고 있는 듯합니다.

현대차는 투싼 수소차 출시 초기에 울산 지역에서 택시로 운행하기도 했습니다. 비교적 가혹한 조건에서 차를 운행해 본 셈이지요. 일정 시간 운행한 뒤에 이 ‘수소택시’들은 남양연구소로 실려가서 낱낱이 분해·연구됐습니다.

투싼의 뒤를 이어 출시돼 지난해에는 5000대가 팔린 넥쏘를 포함해 수소차는 안전성과 신뢰도 측면에서 차근차근 믿음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수소’로 인한 치명적인 사고로 큰 논란을 일으킨 적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미라이(도요타) 등을 양산한 일본도 수소차 영역에서 상당한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아직은 수익성을 확보할 수도 없고 당장 보급이 크게 늘어나기도 힘들어 보이지만 여러 브랜드들이 경쟁할수록 점점 더 멋진 수소차들이 도로를 누비게 되겠지요.

도요타의 수소차 ‘미라이’. 한국도요타 제공

전기차에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와 수소차까지… 친환경을 표방하는 차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저마다의 강점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전기차가 순식간에 대세로 떠오르고 있지만 어느 한 종류의 친환경차가 시장을 독식하는 상황으로 흐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국가와 지역마다 친환경차를 수용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르고 이에 따라 이용자들이 원하는 친환경차의 모습도 다르기 때문입니다.

전기나 수소 충전 인프라 구축을 기대하기 힘든 국가나 지역에서는 여전히 하이브리드차 정도가 최선의 대안일 수도 있습니다. 또 내연기관차 고유의 ‘감성’을 선호하는 운전자라면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정도를 선호할 수도 있겠습니다.

BMW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뉴 330e. BMW코리아 제공

수소차에 한계가 있듯이 전기차 역시 뜯어보면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6번째 휴일차담에 얘기한 것처럼, 전기 역시 수소와 마찬가지로 마냥 친환경적으로 생산할 수는 없다는 점 등이겠지요.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어느 종류의 친환경차가 어느 정도의 비중으로 시장을 만들어나갈지 자못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독자 여러분들도 이들 친환경차가 가진 장점과 한계를 바탕으로, 5년 뒤, 10년 뒤의 도로 위를 누가 지배할지, 한번쯤 상상해 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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