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녀의 공간’ 해양 분야서 꿈을 이뤄가는 강인한 여성을 만나보세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24일 03시 00분


코멘트

‘바다와 여성’ 주제 이색 전시회
국립해양박물관 28일부터 개최… 여성의 이야기 3부로 나눠 소개

국립해양박물관은 바다와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소개하기 위해 ‘바다와 여성’이란 이색 전시회를 연다. 사진은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최초의 여성 국적선사 선장인 현대상선의 전경옥 선장. 현대상선 제공
국립해양박물관은 바다와 여성에 대한 인식 변화를 소개하기 위해 ‘바다와 여성’이란 이색 전시회를 연다. 사진은 이번 전시회에 소개되는 최초의 여성 국적선사 선장인 현대상선의 전경옥 선장. 현대상선 제공
남태평양 타히티에서 미국 샌디에이고까지 무려 6500km를 요트로 항해하며 바다와 맞서는 태미(셰일린 우들리). 망망대해에서 갖은 수난을 겪지만 포기하지 않고 버텨낸 여인. 허리케인 앞에서도 꿋꿋이 운명을 헤쳐 나가는 이 여인의 강인함에 그저 놀랄 수밖에 없다. 2018년 개봉한 영화 ‘어드리프트: 우리가 함께한 바다’ 이야기다.

바다와 여성의 관계는 그동안 어떠했을까.

해양 분야는 ‘금녀의 공간’이라고 비유될 만큼 여성의 접근이 어려웠던 대표적인 남성 고유의 영역이었다.

생물학적으로 남성보다 연약한 여성이 거친 바다를 버틸 수 없다는 편견의 산물이었고, 곧 남성 중심적 문화로 고착됐다.

이런 고정관념을 과감히 넘어선 여성이 적지 않았다. 태미처럼 바다를 두려워하지 않았고, 바닷가에서 삶과 문화를 일구며 살았다. 요즘에는 여성들의 해양 업계 진출이 갈수록 활발해지고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이 같은 인식 변화를 알리기 위해 ‘바다와 여성’을 주제로 28일부터 11월 1일까지 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전시회를 연다.

‘꿈이 있는 바다, 꿈을 이룬 바다’라는 슬로건 아래 열리는 이번 전시는 해양 역사 속에 부정(不淨)의 존재로 금기시된 여성의 이야기를 꺼내 3부로 나눠 소개한다.

1부 ‘바다의 시작, 바다 설화와 여성’에서는 해양 문화 속에 기록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다. 어촌에서 구전되는 초자연적인 이야기와 여성들이 주로 등장하는 미신들이 소개된다. 여러 문화권의 신화 속에서 우상시된 바다 여신과 해안 지역의 미신과 편견으로 희생된 여성들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지도에 그려진 바다 관련 여성 신과 여성들만 살고 있다는 전설의 여인국 자료를 감상할 수 있다. 어촌의 열녀 관련 자료나 안전한 항해를 기원하며 배 안에 모시는 배서낭 모형도 볼 수 있다.

2부 ‘바다 노동 속의 삶’에서는 어촌에서 살아온 여성의 어업 관련 활동상이 담겼다. 굴 채취, 갯벌 작업에서부터 부산 영도의 깡깡이마을 아지매, 수산물시장인 자갈치 아지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바다와 함께한 여성들의 흑백 사진을 작은 갤러리처럼 꾸며 볼거리를 제공한다.

3부는 ‘바다로의 도전’이란 부제로 해양 문화사와 관련이 깊은 여성 인물을 소개하고 관련 자료도 선보인다.

대항해시대의 이사벨 1세와 엘리자베스 1세, 조선의 의인 김만덕, 청나라의 대해적 정일수 등의 이야기로 꾸며진다. 현대 해양 전문 분야에서 직접 상선을 타며 활동하는 해기사, 극지연구소의 월동연구대원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전시에서는 박물관 소장 고지도, 서책, 어업 도구, 현장에서 활동하는 해양 전문 여성 인력들의 모습과 자료 등 총 70여 점을 선보인다. 관람은 인터넷 예약을 통해 가능하며 하루 4회, 회당 200명만 입장할 수 있다.

국립해양박물관은 이 전시와 연계해 부산여성가족개발원과 함께 여성주간 기념 심포지엄을 9월 2일 박물관 대강당에서 연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부산#국립해양박물관#바다와 여성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