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 “코로나 위기, 간토대학살처럼 흘러갈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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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소설가 하루키 경고
“민심 어지러울때 말 선동 조심” 배타주의 확산될 가능성 우려
트럼프 일방적 트윗 소통도 비판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0·사진)가 간토대지진 후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거론하며 위기 상황에서 말로 선동하는 것을 경계했다.

무라카미는 12일 보도된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종의 위기 상황에 있는 경우, 예를 들면 간토대지진 때의 조선인 학살처럼 사람들이 이상한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며 “그런 것을 진정시켜 가는 것이 미디어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에 따라 민심이 어지러울 때 배타주의가 고개를 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간토대지진은 1923년 9월 1일 일어났다. 이 지진으로 1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면서 일본 사회가 크게 흔들렸다. 이런 상황에서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 등의 유언비어가 확산됐고 조선인이 대량으로 학살되는 비극이 벌어졌다.

무라카미는 “1960, 70년대 학교 분쟁 시대에 말(언어)이 혼자 걸어가고 강한 말이 점점 거칠게 나가는 시대에 살았다. 결국 그 시대가 지나면 그런 말이 전부 사라지고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런 것을 봤기 때문에 이렇게 말에 대한 경보를 발신하고 싶다”면서 간토대지진 당시 조선인 학살을 언급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트위터를 이용해 일방적 메시지를 늘어놓는 소통 방식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무라카미는 “지금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서 하는 것처럼 제한된 문자로 말하고 싶은 것만 말하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일종의 발신 중심이 되고 있다”며 “그런 단문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방식으로, 다른 메시지를 발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번 인터뷰는 무라카미가 2년 전부터 라디오 방송 ‘무라카미 라디오’ DJ를 맡고 있는 것을 계기로 진행됐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긴급사태가 발령됐을 때 사람들의 마음을 위로하는 음악을 선곡해 들려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무라카미는 “음악의 힘은 꽤 크다고 생각한다”며 “기분이 정말 편안해졌다, 용기를 불어넣어 줬다 등의 반응을 보인 사람이 많았다”고 말했다. 또 “음악은 논리를 넘은 것이며 공감시키는 능력이 크다. 소설도 마찬가지다”라고 전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일본 소설가#하루키#간토대학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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