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색감-문양 속에 숨은 한민족의 繡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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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옥 교수-금다운 연구원 ‘한국 자수 이천년’ 발간
한국 자수 2000년 관통하는 최초의 자수공예기술 역사서
‘가름이음수’ 등 베일속 삼국시대~조선 중기 기법 밝혀내

신라인 마음속 용면(龍面·용의 얼굴)을 수놓은 자수 기법은 근대 들어 자취를 감춘 ‘가름이음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화재청 한국전통문화대 심연옥 교수(전통미술공예학과 섬유 전공)와 금다운 전통섬유복원연구소 연구원은 고대부터 근대까지 한국 자수 2000년을 관통하는 자수공예기술 역사서인 ‘한국 자수 이천년’을 최근 발간했다. 연구가 충분치 않았던 고대∼조선 중기 자수까지 5년여 연구한 결과를 담았다.

신라 말∼통일신라 초 제작된 ‘신라국헌상지번(新羅國獻上之幡)’은 일본 에이후쿠지(叡福寺) 소장품으로 신라에서 보냈다는 묵서가 함께 발견됐다. 번(幡)은 당간지주에 거는 깃발을 말한다. 백제와 신라의 와당(瓦當)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용의 얼굴과 함께 그 둘레에 서역의 영향을 받은 연주문(連珠紋·점이나 작은 원을 구슬 꿰듯 연결시켜 만든 문양)을 수놓았다. 심 교수는 “선과 면을 채운 기법은 얼핏 ‘사슬수’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근래에는 사용되지 않는 가름이음수”라고 말했다.

일본 나라 주구지(中宮寺) 소장 ‘천수국만다라수장(天壽國曼茶羅繡帳)’은 622년 사망한 일본 쇼토쿠(聖德) 태자의 극락왕생을 염원하며 제작한 작품이다. 140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선명한 색감과 다양한 도상이 눈길을 끈다.

밑그림을 그린 고마노 가세이쓰(高麗加西溢)는 고구려계 인물임에 틀림없다. 또 다른 제작자인 야마토노아야노 맛켄(東漢末賢)과 아야노 누카코리(漢奴加己利)는 가야계로 추정되며 감독과 지도를 맡은 구라베노하타노 구마((량,양)部秦久麻)는 신라계 인물로 보인다. 이 수장(繡帳)은 미륵사지 석탑에서 출토된 금사 자수 조각과 마찬가지로 ‘이음수’ 기법으로 면을 채웠다.

한국 자수의 역사는 아주 길다. 평양 석암리 낙랑고분에서 운기문(雲氣紋) 자수가 출토됐고, 백제 무령왕릉에서 수습된 왕비의 금동신발 안에서 자수 장식이 발견됐다. 고대 한국의 자수 공예는 국외로 전해질 만큼 선진적이기도 했다. 심 교수는 “고대∼고려시대에 지금은 잘 모르는 굉장한 자수 기법을 많이 사용했다”면서 “예술과 기술의 경계에서 자수는 시대의 문화적 정체성을 표현한 상징체계로 완성됐다”고 말했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용면#한국 자수 이천년#자수공예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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