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CEO 특전, 생산성 보상-기업자원 사적전용 양면 모두 가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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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자 특전, 기업에 得? 失?
기업 지배구조 건전할수록 CEO 누리는 특전 금액 감소
CEO의 생산성 높아질수록 특전 금액도 비례해 증가

한 기업의 경영자가 받는 혜택에는 고액 연봉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전용기나 운전기사가 딸린 전용차, 회사 가장 안쪽에 배치된 으리으리한 사무실과 골프장 회원권 등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경영자가 누리는 비금전적인 보상을 특전(perquisites)이라 부른다. 전용기를 타지 않고 상업 항공사의 일등석을 이용해도, 큰 사무실이 아닌 평범한 사이즈의 공간에서 일해도 업무에 지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특전이 경영자 본연의 임무에 꼭 필요한 것은 아니다.

경영자 특전이 기업에 해가 된다는 관점에서는 이런 혜택이 기업 자원의 사적 전용이라고 여긴다. 다른 주주들의 비용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기업 대리인 문제의 전형적인 징후라고 보는 것이다. 반대로 경영자 특전이 기업에도 이롭다는 관점에서는 이런 혜택이 경영자의 동기 부여를 위해 최적으로 설계된 보상 구조의 한 요소라 본다. 추가적인 금전적 보상 대신에 이런 비금전적 특전으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면 주주 이익에도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주장이 대립하자 최근 학계에서는 경영자 특전이 회사에 득일지 실일지를 알아보기 위한 연구가 이뤄졌다. 이한상 고려대 교수 외 공동 연구팀은 1만 달러 이상의 경영자 특전을 공시하도록 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규정을 이용해 기업들의 경영자 특전과 관련된 이론을 실증적으로 분석했다. 연구 결과, 경영자 특전은 대리인 문제의 결과이자 기업 자원의 사적 전용인 동시에, 경영자의 생산성에 대한 보상이라는 양면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먼저, 경영자 특전이 대리인 문제의 산물이라는 주장이 입증됐다. 기업의 지배구조가 건전할수록 CEO의 특전 금액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경영자를 규율하는 기업 지배구조 시스템이 과도한 특전의 남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동시에 경영자 특전이 경영자의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최적 보상 구조의 일부라는 주장도 맞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영자의 생산성이 높을수록 CEO 특전 금액이 증가하는 추이도 함께 발견된 것이다. 유무형의 자산 등의 투입이 수익이라는 산출로 연결될 수 있다는 의미다.

아울러 이 연구는 경영자 보상 산정과 관련된 기업의 불투명성과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오히려 보상 자체보다 기업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점도 보여줬다. 투명하게 산정 배경과 사용처 등을 공개할 때 실보다 득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정책 입안자나 규제 당국이 경영자 특전과 관련된 내용을 추가로 공시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

김진욱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 jinkim@konkuk.ac.kr

정리=김윤진 기자 truth311@donga.com
#경영자 특전#기업 지배구조#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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