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두드리는 온라인 콘텐츠 “보는 것만으론 안돼, 만지고 싶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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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행본으로 나올 ‘중증의료센터 골든아워’(왼쪽 사진)와 유튜브+무크지 ‘유크’. 네이버시리즈·아르테 제공
단행본으로 나올 ‘중증의료센터 골든아워’(왼쪽 사진)와 유튜브+무크지 ‘유크’. 네이버시리즈·아르테 제공
온라인 콘텐츠를 활용하는 방식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주로 웹툰, 드라마, 게임 같은 2차 저작물로 만들어지는 웹소설을 단행본으로 내고, 유튜브 채널을 통째로 무크지로 옮겨온다. 웹소설 서비스 플랫폼은 웹소설을 책으로 낼 계획이다.

다산북스는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를 단행본으로 출간한다. 지난해 네이버 시리즈에 연재돼 누적 다운로드 1000만 회를 넘긴 히트작이다. 몇몇 군소 출판사가 웹소설을 책으로 낸 적은 있지만 단행본 출판사 매출 10위 안에 드는 업체가 뛰어든 것은 처음이다.

이호빈 다산북스 국내문학팀장은 “네이버나 카카오 웹소설 중 반응이 좋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팬덤이 형성된 것을 주로 골랐다”고 말했다. ‘중증외상센터…’는 ‘한산이가’라는 필명의 현직 의사 이낙준 씨가 썼다. 이 씨가 동료 의사 2명과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는 63만 명이 구독한다.

포털사이트를 빼고 국내 최대 웹소설 플랫폼인 문피아도 단행본 출판에 나선다. 자사 히트작 중에서 선정해 하반기에 낼 계획이다. 김환철 문피아 대표는 “독자가 원하는 형태의 책을 원하는 수량만 공급하는 다품종 소량생산 방식이 될 것”이라고 했다. 축적된 독자의 기호나 반응 등 방대한 1차 데이터를 토대로 책을 골라 히트할 조짐이 보이는 책은 대량으로 찍어내겠다는 복안이다. 김 대표는 “문피아의 목표는 콘텐츠 기업이다. 글을 쓰는 것은 원천 콘텐츠 확보의 첫걸음”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무크지를 표방하는 ‘유크’(아르테)는 주로 유튜브 채널 운영자의 에세이를 내거나, 운영자를 캐릭터로 내세운 만화 등을 펴내던 기존 ‘유튜브 활용법’과는 다르다.

유튜브를 테마로 하는 국내 최초 무크지 ‘유크’ 1호의 한 페이지. 유튜브 채널 ‘캠핑한끼’에서 크리에이터가 야외에서 캠핑하며 스테이크를 장작불에 굽는 장면이다. 채널 운영자나 캐릭터에 집중하던 기존 출판 방식과는 다르다. 아르테 제공
유튜브를 테마로 하는 국내 최초 무크지 ‘유크’ 1호의 한 페이지. 유튜브 채널 ‘캠핑한끼’에서 크리에이터가 야외에서 캠핑하며 스테이크를 장작불에 굽는 장면이다. 채널 운영자나 캐릭터에 집중하던 기존 출판 방식과는 다르다. 아르테 제공
지난달 나온 유크 1호는 구독자 18만 명이 넘는 ‘캠핑한끼’ 채널을 해부했다. 캠핑하며 스스로 한 끼를 해결하는 콘셉트의 이 채널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크리에이터는 누구인지, 기획부터 제작까지 어떻게 진행하는지, 요리는 어떻게 만드는지, 각 분야 전문가가 본 소감은 어떤지 등등을 담았다.

유크를 담당하는 이정미 아르테 문학팀장은 “사내 유튜브 콘텐츠 개발 아이디어 공모에서 뽑힌 것”이라며 “좋은 유튜브 콘텐츠를 큐레이션 해보자는 취지로, 크리에이터를 꿈꾸는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격월간이 목표다.

이처럼 새로운 온라인 콘텐츠 활용법은 충성도 높은 독자(구독자)가 있기에 가능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호빈 팀장은 “(팬덤이 형성된 웹소설) 팬들이 종이책을 만들어 달라고 (출판사에) 요청한다. 관련 상품(굿즈)까지 기획해서 제시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정미 팀장도 “유튜브 채널의 로열티 있는 구독자를 대략 3∼5%로 추정하는데 이들을 유크의 잠재적 독자로 본다”고 했다.

모바일로 본 것을 책이라는 물성으로 소장하고 싶어 하는 웹소설 독자가 적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신의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 돈을 내고 보기는 하지만 그 웹소설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대표의 말을 빌리자면 ‘스스로는 디지털 세대라고 생각하는데, 여전히 사고는 아날로그적으로 하는’ 독자가 있다는 얘기다.

독자 타깃층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는 만큼 판매량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 다산북스 측은 웹소설 분량이 방대해 대략 한 책을 5부작으로 생각하는데 권당 1만∼1만5000부를 예상하고 있다. 굳이 단행본 출간을 바라지 않는 웹소설 작가의 성향상 출판 계약을 하기가 쉽지 않다는 후문도 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웹소설 단행본 출판#중증외상센터 골든아워#유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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