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문화재 보호 시스템을 보완하자[기고/박순발]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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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발 충남대 교수·한국고고학회장
박순발 충남대 교수·한국고고학회장
문화재 가운데 수적으로 가장 많을 뿐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문화재는 바로 매장문화재다. 모든 매장문화재는 국가 소유이며, 허가를 얻지 않으면 발굴할 수 없다.

설사 발굴됐더라도 소유권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가 갖게 되므로 명실상부한 공공재다. 오늘의 대한민국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개발 사업으로 인해 땅속의 박물관은 통째로 드러나는 형국이다.

정부는 1999년 3만 m² 이상의 대규모 건설사업을 할 때는 개발 대상 토지에 매장문화재가 있는지를 사전에 파악하게 하는 ‘지표조사’ 제도를 전면 시행했다. 또 3만 m² 이하일 경우에도 지방자치단체장이 명령하면 지표조사를 하도록 했다. 적절한 국가적 시스템의 토대를 구축한 것이다.

그러나 지표조사를 시행 당사자가 자기 비용을 들여 실시하고, 후속 조치로 발굴조사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2014년에는 순수 민간 시행자가 면적 3만 m² 미만의 공사를 할 경우 지표조사 비용 전액을 국가가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하도록 법이 바뀌었다. 그리고 최근 면적 제한 없이 모든 민간 토지 개발에 드는 지표조사 비용을 전액 국고로 지원한다는 반가운 뉴스를 들었다. 매장문화재 유존 정보 구축 및 유지의 주체를 시행자에서 국가로 환원시키는 중요한 조치로 매우 환영한다.

각종 토지 개발 과정에서 마주치는 매장문화재 문제는 적어도 시행자에게는 환영받지 못한다. 존재 자체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전에 매장문화재가 있는지 정보를 얻어내 합리적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높아진다. 매장문화재 유존 지역의 위치 정보를 인터넷상으로 공개하는 이유이다.

정보의 생명은 정확성이다. 현행 공개 정보의 원시자료인 문화재 분포 지도는 구릉지를 중심으로 직접 걸어다니며 육안 관찰한 결과를 토대로 한 것이다. 따라서 개발 수요가 높은 도시 근교를 비롯한 하천 충적지나 지대가 낮은 평지에 대한 정보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매장문화재 분포 조사를 집중적으로 실시할 필요가 대두되는 까닭이다.

매장문화재는 국민의 공공재로서 유존 정보 구축 및 공개를 온전히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 나라 형편이 여의치 않은 시절에는 토지 개발을 하는 시행자에게 위탁했으나 이제는 그럴 처지는 아니다.

시행자의 도덕성에 의존하는 행정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으며 자칫 문화재에 대한 국민의 인식을 저해할 수 있다.

박순발 충남대 교수·한국고고학회장
#매장문화재#문화재#문화재 소유권#토지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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