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치료의 해답은 ‘주사 한 방’이 아니다[기고/김형찬]

  • 동아일보

김형찬 서울메디의원 원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대한비만학회 비만 전문 인정의

김형찬 서울메디의원 원장
김형찬 서울메디의원 원장
최근 몇 년 사이 비만 치료 분야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위고비, 마운자로 같은 이른바 ‘기적의 다이어트 주사’로 불리는 신약이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이 체중 감량의 해답을 주사 약물에서 찾기 시작했다. 실제로 이 약물들은 식욕을 억제하고 체중을 줄이는 효과를 보이며 비만 치료의 새로운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비만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지는 여전히 논쟁적인 문제다.

비만은 단순한 체중 증가가 아니라 생활 방식과 식습관, 신체 활동, 수면, 스트레스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만성질환이다. 약물은 이 가운데 일부 경로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약물이 우리의 삶 전체를 바꾸어 주지는 않는다. 주사제나 경구 약물은 체중 관리에 도움을 주는 수단일 뿐 생활 습관을 대신할 수는 없다.

비만클리닉을 운영하며 많은 환자를 만나 보면 식단 관리나 생활 습관 개선보다는 더 강한 주사제나 식욕억제제에 기대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약물이 체중 감량을 끌어주지 않으면 식단을 포기하거나 스스로 식단 관리를 할 수 없다고 단정하기도 한다. 식욕을 강하게 억제하는 약물은 단기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올바른 식습관을 훈련할 기회를 빼앗기도 한다. 극단적인 저열량식이나 단식에 가까운 식사는 체중을 빠르게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기초대사량 감소와 근육 손실을 부른다. 이후 약물 사용을 중단하면 체중이 다시 급격히 증가하는 요요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도 크다.

문제는 환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의료 현장에도 책임이 있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환자의 요구에 맞춰 처방 기준에 맞지 않는 경우에도 강한 주사제나 식욕억제제를 사용하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한다. 약물은 환자가 스스로 식단을 훈련하고 생활 습관을 바꿀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신중하게 사용돼야 한다.

비만 치료에서 의사의 역할은 단순히 약물을 처방하는 데 있지 않다. 개인의 신체 특성과 생활 환경에 맞는 식단을 제시하고 체중 감량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가 스스로 식습관을 훈련하고 이를 지속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관리와 동기부여가 필요하다.

체중이 줄어드는 것과 건강해지는 것은 항상 같은 의미가 아니다. 단순한 체중 감소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근육량 유지와 심폐 체력 향상, 대사 건강의 개선이 함께 이뤄질 때 체중은 건강의 지표로 바뀐다.

의학은 계속 발전하고 더 강력한 약물이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건강을 지키는 힘은 결국 우리의 일상에 있다. 비만 치료의 해답은 강한 주사 한 방이 아니라 식습관과 운동, 수면, 스트레스 관리 등 생활 방식의 총체적인 변화에 있다. 약물은 이 과정을 돕는 보조 수단일 뿐 삶의 방식을 대신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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