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배나무 말라 죽는 ‘과수화상병’ 음성까지 번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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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충주-제천 등 112곳 확진 판정
치료제 없어 신속히 뽑아 매몰해야
보상금 문제로 일부 농가 처분 거부
“작년 수준으로 지급해야” 건의도

충북도농업기술원이 과수화상병 확산을 막기 위해 과수 농가 전수 예찰과 신속한 매몰 등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충북도농업기술원 제공
충북도농업기술원이 과수화상병 확산을 막기 위해 과수 농가 전수 예찰과 신속한 매몰 등 모든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충북도농업기술원 제공
충주와 제천 등 충북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해 확산되던 과수화상병이 중부 지역인 음성까지 번졌다. 주로 사과나무와 배나무에 큰 피해를 주는 세균성 식물병인 과수화상병은 나무가 불에 그을린 것처럼 말라 죽는 증세를 보인다.

2일 충북도 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기준으로 충주 93곳, 제천 17곳, 음성 2곳 등 모두 112곳이 과수화상병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체 의심신고 건수는 충주 211곳, 제천 44곳, 음성 2곳, 진천 1곳 등 모두 258건이다. 의심신고 농가를 대상으로 한 정밀진단이 계속되면서 확진 농가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충남 천안과 전북 익산에서도 확진이 됐고, 경북에서도 의심신고가 들어오는 등 전국적인 확산도 우려된다. 농촌진흥청은 과수화상병 위기경보 단계를 ‘주의’에서 ‘경계’로 상향 조정했다.

충북도농기원은 발생 시군에 운영하던 대책상황실을 인접 시군과 과수 주산지 시군까지 확대 설치하는 등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긴급 예찰과 매몰 지원, 사후관리 등 공적 방제도 진행 중이다.

과수화상병은 아직까지 치료약제가 없다. 또 구체적인 증세가 나타나기 전에는 감염 여부 판단도 거의 불가능하다. 전염원 역시 다양한 데다 개방된 과수원의 특성상 차단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신속한 매몰 작업이 이뤄져야 확산을 막을 수 있다.

지난해까지 과수화상병에 걸리면 나무를 뿌리째 뽑아서 매몰해야 하고, 그 자리에는 3년 동안 다른 유실수를 심을 수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발생률이 5% 미만이면 가지와 인접 나무를 제거하고, 5% 이상이면 폐원하는 것으로 지침이 바뀌었다. 감자나 콩 등은 심을 수 있다.

그렇지만 이날까지 매몰 작업이 끝난 과수원은 충주 5곳, 제천 3곳 등 8곳에 불과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농가들이 손실보상금 문제로 매몰 처분을 거부하고 있어서다. 방제비용 보상 기준이 그루당 보상에서 실비 보상으로 바뀐 탓이다. 지난해의 경우 1ha 방제 보상액은 5825만 원이었으나 올해는 1120만 원으로 줄었다. 지금까지 피해가 가장 큰 충주시 산척면의 과수농가들은 1일 대책위를 꾸리고 농촌진흥청에 ‘매몰에 따른 손실보상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높여 지급하라’며 건의문을 제출했다.

송용섭 충북도농기원장은 “추가 확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한 예찰과 방제가 최우선”이라며 “농가에서는 의심 나무를 발견하면 즉각 신고하고 방제에도 적극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충북에서는 지난해 충주 76곳, 제천 62곳, 음성 7곳 등 과수원 145곳(88.9ha)에서 과수화상병이 발생했다. 피해 보상금은 270억2000만 원에 달한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과수화상병#세균성 식물병#충북도농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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