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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오피니언

[김순덕 칼럼]청와대黨-조국黨, 국회까지 장악할 셈인가

입력 2020-03-19 03:00업데이트 2020-03-19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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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전 ‘막장 공천’에 패배한 통합당, 이번 민주당 공천은 너무나 조용하다
청와대 출신 대거 공천해도 묵묵
조국 지지 급조정당과 비례당까지
문 대통령 퇴임 이후가 그리 두렵나
김순덕 대기자
우리나라 총선에는 공식이 있다. 공천 때마다 파동이 일어난다. 찍을 때마다 찍을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국민은 현명했다.

꼭 4년 전인 2016년 3월 18일, 미래통합당의 전신 새누리당의 김무성 대표는 ‘비박(비박근혜) 공천 학살’ 결과를 수용 못 한다며 “독재정권 때나 하는 짓”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찍은 유승민 의원을 불출마시키려고 친박(친박근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공천 보이콧도 불사한 날이었다.

막장 공천은 집권여당이 20대 총선에서 참패한 결정적 이유로 꼽힌다. 대통령의 불통과 쌍벽을 이루는 친박 패권주의, 지긋지긋한 계파 갈등에 국민이 분노하면서 민심은 야당 심판론에서 정권 심판론으로 급격히 돌아섰다. 친박만 몰랐을 뿐이다.

그때의 교훈 때문일까. 계파 갈등 없는 더불어민주당의 2020년 공천 과정은 상대적으로 조용하다. 친문(친문재인) 강화, 청와대 대거 진출, 운동권 86세대 물갈이 없는 공천으로 친문 패권주의는 욱일승천할 일만 남았다.

되레 공천 파동이 없다는 게 문제다. 공천 룰을 담은 특별당규는 현역 의원의 경우 경선을 원칙으로 한다. 실제론 현역 의원 과반이 경쟁 없이 본선행 티켓을 확보했다. 친문이 벼슬이어서다.

대통령 절친을 위해 청와대가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받을 사람들까지 공천받고 선거에 나온다는 건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다. 평소 다른 소리를 낸 비문(비문재인) 의원들만 탈락됐을 뿐이다. 그런데도 몇몇 당사자 말고는 입을 닫는다. 대통령 권력에 맞서는 당 대표는 물론 없다. ‘민주당의 유승민’ 같은 금태섭 의원조차 “선거 전까지 죽은 듯 있겠다”며 순종하는 분위기다.

정당의 목적과 조직과 활동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헌법이 규정하고 있다. 국민 세금이 정당에 지원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계파 이익을 앞세우는 정당이 민주적일 순 없다. 비민주당도 대통령 임기 후반에는 불안한지 ‘문재인 청와대’는 국회까지 진군나팔을 불고 있다. 무려 53명이 출사표를 던져 후보자 등록을 일주일 남짓 앞둔 17일까지 28명이 공천받았다. 역대 정부와 비교할 수도 없는 대규모로 문재인청와대당, 약칭 문청당을 차려도 될 판이다.

그중 11명은 경선도 없이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으로 본선에 직행했다. “특별한 경우 아니면 전략공천 없다” “청와대 출신이라고 우대는 없을 것”이라던 이해찬 대표를 믿은 이들만 바보 된 꼴이다. 이런 특혜 공천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도 궁금하다. 박 전 대통령은 참모들 전략공천이나 단수공천은 엄두도 못 냈지만 총선 경선 개입 혐의로 공직선거법 위반 징역 2년을 살았다.

‘청와대’가 국회 진출해 뭘 할 것인지는 더 궁금하다. 2017년 9월 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가 이명박(MB) 정부의 ‘대통령실 전출자 총선 출마 준비 관련 동향’ 문건을 공개하며 퍼부은 비난을 상기하면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문건에 거론된 출마 준비자가 달랑 11명이었는데도 민주당은 “VIP 국정철학 이행과 퇴임 이후 안전핀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당선율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적혀 있다”며 “사실이라면 이 대통령은 탄핵을 통해 물러났어야 할 대통령”이라고 포화를 내뿜었다.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목표가 독재정부를 막는 것이고, 그 핵심 기제가 국가권력의 독점을 막는 3권 분립이다. 대통령의 일개 참모 조직이 내각 머리 꼭대기에 올라앉은 것도 모자라 입법부까지 장악하겠다는 건 친문 패권주의의 3권 분립 무력화나 다름없다.

문 대통령 퇴임 이후 안전핀 역할을 위해 청와대당을 만들고, 검경과 사법부의 목줄을 죌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를 만들고, 그래도 만족 못해 어제 민주당은 비례위성정당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었다. 선거법 개정 명분을 뒤집고 민주당이 손잡은 ‘시민을 위하여’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지지 집회를 주도했던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가 주축이다. 비례의석 한 석도 놓칠 수 없어 조국당까지 동원하는 것을 보면 문 대통령이 탄핵당할까 봐 몹시 두려운 모양이다.

돌아보면 국민의 선택은 언제나 위대했다. 그러나 총선에서 승리한 정당은 그 깊은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지 못해 이내 손가락을 자르고 싶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야당의 공천 파동을 비웃을 때가 아니다. 오만한 권력은 심판받는다는 것을 친문 패권주의 세력도 알아야 한다.
 
김순덕 대기자 yu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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