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소득주도 성장 강변하는 靑의 현실인식 우려스럽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7일 00시 00분


장하성 대통령정책실장이 어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하반기에는 소득주도 성장, 혁신 성장, 공정경제 정책 추진에 더욱 체계적이고 과감하게 속도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영상 축사에서 “우리는 올바른 정책 기조로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통계 지표에서 ‘고용 참사’와 ‘소득 양극화 심화’가 비판의 대상이 되자 대통령과 청와대가 이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장 실장이 언론 앞에 공식적으로 나선 것은 1월 최저임금 인상 후속 대책 발표 이후 7개월 만이다. 그만큼 최근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하지만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거나 기조를 바꾸겠다는 언급은 없었다. 월 평균 30만 명이 늘어나던 취업자 수가 지난달 5000명으로 줄어들었지만 그 원인에 대한 분석이나 반성도 없었다. 오히려 가계소득이 늘지 않고 기업 투자가 제자리걸음인 경제 환경이 올해 들어 만들어진 것은 아니라며 ‘과거 정부 탓’을 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이 아니라면 과거로 회귀하자는 것이냐”는 정책 고수 의지만 확인했다.

그러나 “최근의 고용·가계소득 지표는 ‘소득주도 성장 포기’가 아니라 오히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라’고 역설하고 있다”는 장 실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이 정부가 소득주도 성장을 추진하면서 심화된 고용 악화와 소득 양극화를 다시 정책 추진의 당위성으로 돌리고 있으니 궤변도 이런 궤변이 없다. 바닥까지 떨어진 내수 경기에 그나마 우리 경제를 끌고 가는 것이 수출이다. 그런데도 장 실장이 “대기업과 수출기업 중심의 성장정책은 효용이 다했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대통령은 “일자리 문제에 직(職)을 걸라”며 관료들을 질책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고용의 양과 질이 개선됐다”며 태도를 바꿨다. 정책실장은 ‘못 살겠다’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비명을 “정부를 믿고 기다리라”는 한마디로 일축했다. 이 정도면 현실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정부가 오기 부리듯 정책 기조의 변화가 없다는 것을 고집하는 한 경제 회생의 돌파구를 찾기는 어렵다.
#소득주도 성장#장하성#최저임금#가계소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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