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웨이 티켓’ 끊어 온 김영철… 美, 국가원수급 의전-경호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6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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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폼페이오 뉴욕 회동]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뉴욕 입성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중국 베이징(北京)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1일 워싱턴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면담할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품에 넣고 떠난 길이지만, 그의 협상 카드를 보지 못한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면담을 확언해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한 외교 소식통은 “김 부위원장이 처음에는 베이징∼워싱턴행 비행기표를 끊었다가 뉴욕행으로 바꾸었지만 둘 다 처음부터 편도 티켓을 끊었다”고 전했다. 협상이 언제 끝날지, 워싱턴을 갈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한 김 부위원장 일행은 돌아갈 티켓을 사지 않고 미국으로 향했다.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김 부위원장은 1일까지 미국에 체류할 수 있는 비자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1일 하루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의 담판에서 만족할 만한 성과가 나오는 경우 워싱턴으로 이동해 트럼프 대통령과 면담할 것까지 고려한 일정이다.

○ 공항에서 호텔까지 ‘특급 의전’

미국은 김 위원장 일행을 국가원수급 의전으로 환대했다. 김 위원장이 대미 외교 주요 실무자인 최강일 외무성 북아메리카국 부국장, 김성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책략실장 등 5, 6명의 수행원과 함께 뉴욕 JFK국제공항 1터미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47분. 여객기가 도착하자 6, 7대의 검은색 의전 차량과 경찰 차량이 계류장으로 들어가 김 부위원장 일행을 태웠다. 북한 대표단은 통상적인 입국 절차를 거치지 않고 공항을 빠져나갔다. 미국의 외교 소식통은 “계류장에서 직접 에스코트하는 것은 통상 국가원수급에게 제공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위원장은 1시간 남짓 지난 오후 3시 30분경 국무부 소속으로 보이는 경호차량 4, 5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호위하는 가운데 유엔본부 맞은편 밀레니엄힐턴 뉴욕 원 유엔플라자 호텔에 도착했다. 이 호텔은 주유엔 북한대표부와 걸어서 1분 거리에 있으며 오후 7시 김 부위원장과 폼페이오 장관의 만찬이 진행된 맨해튼 38번가 코린티안 콘도에서 차로 불과 5분 거리에 있다. 김 부위원장은 이 호텔 신관 최상층인 40층의 허드슨강과 맨해튼의 야경이 잘 보이는 객실에 여장을 풀었다.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인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워싱턴에서 뉴욕으로 이동해 김 부위원장의 숙소와 차량으로 5∼10분 거리에 있는 롯데 뉴욕 팰리스 호텔에 투숙했다.

○ 트럼프 입을 통해 확인된 친서 존재

김 부위원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가져왔을지, 또 가져왔다면 어떻게 전달할지는 관심사였다.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친서 휴대 여부는 모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편지를 보냈다. 그와 같은 편지를 보낼 때 답장이 오는 것이 관례적이다. 지켜보자”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당국자는 “김 부위원장의 카운터파트는 국무장관이기 때문에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가 만약 있다면 그가 국무장관에게 주는 것이 완벽하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한다”며 폼페이오 장관을 통한 ‘간접 전달’에 무게를 실었다. 하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김 부위원장이 친서를 가져왔다고 밝힘에 따라 비로소 친서 여부는 확인됐다.

본보 기자는 이날 저녁 호텔 로비에서 만찬을 마치고 돌아오던 김 부위원장을 기다렸다. “김 위원장의 친서를 가지고 왔느냐. 폼페이오 장관과 무슨 대화를 나눴느냐”고 물었지만 김 부위원장은 답변 없이 굳은 표정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다.

뉴욕=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주성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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