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트병-스티로폼 도대체 어디 버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4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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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거업체들 “돈 안된다” 수거 거부
中 수입중단 여파 재활용품 대란
수도권 아파트 주민들 큰 혼란

재활용 쓰레기 수거업체들이 1일부터 폐비닐과 폐스티로폼 수거를 거부하면서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많은 주민이 혼란에 빠졌다. 일부 업체는 “플라스틱 가격이 계속 내려가 공짜로도 가져간다는 곳이 없다”며 페트병 수거마저 거부하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일부 아파트 단지에는 ‘4월 1일부터 비닐과 스티로폼을 수거할 수 없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수거업체들이 페트병 등 플라스틱 쓰레기 수거를 중단했으니 당분간 집에 보관하라고 공지한 곳도 있다. 일부 아파트는 비닐과 스티로폼 등을 쓰레기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리라고 안내했지만 이는 엄연한 법 위반이다. 재활용 폐기물을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다가 적발되면 10만∼3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해당 주민들은 “우리 보고 과태료를 물면서 쓰레기를 버리라는 거냐.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이 같은 혼란은 전 세계 재활용 폐기물을 가장 많이 수입하던 중국이 올 1월부터 환경 문제 등을 이유로 수입을 중단한 데 따른 것이다. 국내 재활용 쓰레기 업체들의 중국 수출이 막히고 선진국 재활용 폐기물 수입량이 늘면서 폐지와 플라스틱, 고철 등의 가격이 폭락했다.

1일 동아일보 취재팀이 고물상과 수거업체 등을 취재한 결과 3월 말 기준으로 고물상과 수거업체가 아파트에서 사들이는 폐지의 가격은 kg당 20∼30원에 불과했다. 지난해 말 kg당 100원 안팎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석 달 만에 50% 이상 떨어진 것이다. 한 수거업체 관계자는 “얼마 전까지 kg당 500원 하던 의류가 이제는 200원 수준에 불과하다. 고철 가격도 반값으로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동안 재활용 업체들은 아파트 단지에서 폐지와 고철, 유리병을 수거하면서 수익성이 낮은 폐비닐과 폐스티로폼도 같이 가져갔다. 그러나 폐비닐과 폐스티로폼을 수거해 처리하는 비용이 수익보다 커져 가져갈 엄두를 못 내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재활용 폐기물 가격 하락이 지속되면 수거 거부 품목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거업체들은 “돈이 되는 품목만 가져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는 수거업체들이 비용 부담 때문에 수거를 거부하는 사태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범 kaki@donga.com·조유라·조응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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