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로시마 원폭 원혼 달랜 ‘고향의 봄’… 한일 대학생 합창

위은지기자 입력 2017-08-10 03:00수정 2017-08-10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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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성신학생통신사’ 24명 한국인 희생자 위령제 참석
5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앞에서 ‘한일성신학생통신사’ 소속 대학생들이 동요 ‘고향의 봄’을 합창하고 있다. 현장에서 한국인 원폭 피해자 박정순 씨(오른쪽)도 함께했다. 히로시마=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나의 살던 고향은 꽃 피는 산골….”

서울보다 더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 5일 오전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내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 앞. 이날 열린 제48회 한국인 원폭희생자 위령제에 앞서 ‘한일성신학생통신사’ 모임에 참여한 한국과 일본 학생들은 타지에서 비참한 죽음을 맞은 피해자들을 위로하는 마음으로 노래 ‘고향의 봄’을 합창했다.

성신학생통신사는 고려대와 일본 와세다대가 주축이 돼 한일 화해와 협력을 모색하는 대학생 교류 모임이다. 성신(誠信)은 성의와 신뢰의 약자로 진심을 다해 믿음을 쌓자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는 양교에서 각각 10명, 히로시마경제대 학생 4명이 참가했다. 화정평화재단의 후원과 대학인문역량강화사업(코어사업)의 지원을 받은 이들은 4∼7일 히로시마 원폭 관련 위령비와 기념관 등을 돌며 아픈 역사를 함께 공부했다.

1970년 히로시마에 세워진 한국인원폭희생자위령비는 일제강점기 징용 징병 등으로 일본에 끌려간 조선인들의 슬픔을 담은 흔적이다. 한국원폭피해자협회에 따르면 피해 조선인은 히로시마에서 7만 명, 나가사키에서 3만 명으로 추정된다. 징병 징용을 당한 조선인들이 일본에 많이 살고 있었다. 현재 협회에 등록된 피폭자는 2379명. 피해자 평균 연령이 높아 매년 100∼150명씩 생존자가 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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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성신학생통신사 학생들을 만나 히로시마 원폭 폭발 상황을 증언한 곽귀훈 한국원폭피해자협회 명예회장(93)도 징병으로 일본에 끌려왔다. 곽 회장은 히로시마 원폭 폭발 당시를 회상하며 “순간 ‘번쩍’하고 눈앞이 새하얘졌다. 그리고 곧 세상이 어둡게 변해 한밤중이 되었다”고 말했다. 하늘에선 방사능 낙진으로 검은 비가 내렸고 수많은 사람들은 유령 같은 표정으로 “물을 달라”고 외쳤다. 곽 회장도 모자를 쓴 부분을 제외하고 온몸에 화상을 입어 임시 환자수용소였던 한 초등학교에 수용됐다. 전쟁이 끝났다는 방송도 그곳에서 들었다는 곽 회장은 “교실 바닥을 마구 두드리며 기뻐했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이 부른 ‘고향의 봄’엔 여름임에도 꽃을 피우지 못한 위령비 부근 무궁화나무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도 담겨 있다. 4년 전 심은 무궁화나무 3그루가 넉 달 전 줄기가 두 갈래로 갈라진 채로 발견된 사건이 있었다. 고려대 일어일문학과 김나현 씨(20)는 “타지에서 죽어간 조선인 원폭 피해자도, 이곳의 무궁화도 고향을 떠나와 많이 외로웠을 것 같다”며 “외로움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으로 고향의 봄을 불렀다”고 말했다. 현장을 방문한 한국인 원폭 피해자 박정순 씨(83)도 학생들과 노래를 함께 불렀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피폭당한 박 씨는 “타국에서 젊은 학생들이 일본 학생들과 친선을 맺는 모습을 보니 감동을 받았다”며 미소지었다.

일본 학생들도 한국인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일본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와세다대 교육학부에 재학 중인 이시즈카 아미 씨(22)는 “고등학생 때 히로시마에 수학여행을 온 적이 있지만 한국인 피해자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며 “일본인들이 여기 와서 한국인 원폭자 문제에 대해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히로시마경제대 경영학과 구라모토 리카 씨(20)는 “히로시마에 살면서 원폭 피해자 관련 강연을 많이 들었지만 한국인 피해자에 대해서는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다”며 앞으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히로시마=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히로시마#한일 대학생#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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